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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불교&명상 이야기

붓다의 명상법을 직접 해보니 - 담마코리아 명상센터(진안)

   

-명상-담마제공.jpg» 진안 담마코리아명상센터의 담마홀에서 수련생들이 명상하는 모습. 앞에 앉은 지도법사는 하루에 1~2분가량씩 인터뷰를 통해 명상 상태를 점검해준다. 사진 담마코리아 제공


어느날 통증이 산산이

박하사탕같이 ‘~’

 

오랫동안 괴롭혀온  통증

있는 그대로 보고 싶었다


붓다가 수행한 원형 유지한 

고엔카 위파사나 명상을 택했다


한국 유일의 ‘담마코리아 명상센터

10 코스 지상 가장 지루한 여행


새벽 4   930분까지 촘촘

식사도 아침 6오전 11  

어떤 말도 해선 안되고 독방 수행


5일째부터는  시간씩 하루   

 꼼짝 않는 좌선으로 고행


쾌감도 불쾌감도 그저 관찰할 뿐

 명상 목적은 치병술 아닌 깨달음 



-고엥카.jpg» 불교가 멸실된 인도에서 출가승려가 아닌 재가자로서 위파사나 붐을 일으킨 고엔카

 -글로발파고다.jpg» 붓다의 명상법을 순수 그대로 보존해준 미얀마의 은덕을 기려 양곤의 쉐다곤파고다를 본따 세계 최대규모의 명상센터로 고엔카와 전세계 위파사나 명상가들이 함께 세운 글로벌파고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가는 것도 좋다땅에서 넘어지면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한다쓰러진  땅이 다시   있는 발판이다. 1년의 휴직기에 해외 대안공동체들과 히말라야를 순례한  말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  명상이었다.


 세상엔 수많은 명상·수행법이 있다그런데 동서 종교를 망라해 다양한 수도법을 경험해본 내가 이번에 선택한 것은 위파사나였다그중에서도 이른바 ‘고엔카 위파사나 알려진 것이었다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수행법인 위파사나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 뜻의 관찰명상법이다고타마 싯다르타를 깨달음으로 이끈 수행법이다위파사나는 인도에서는 사라졌으나 미얀마에서 보존됐다그런데 미얀마에서 위파사나도 진화하고 변화했다그러나 ‘고엔카 위파사나만은 붓다가 수행할 당시 그대로 원형을 유지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위파사나가 ‘생각’ 관찰을 중시하는 데 비해, ‘고엔카 위파사나 ‘몸의 감각 관찰한다오랜 ‘ 통증 시달려온 내가  명상을 택한 것은  몸에서 일어나는 통증을 세밀히 관찰하고 싶어서였다.

 


인도 장기 여행자 체험 1순위


 미얀마 출신 인도인 고엔카(1924~2013) 의해 인도로부터 전세계로 전해진  명상법은 인도 장기 여행자에게 체험거리 1순위로 꼽힌다특히 서구 지식인들이 많이 한다지난해 방한한 <사피엔스> 유대인 저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 10여년 동안 매년 연말이면 30~60일씩 인도의 위파사나명상센터에 가서 외부와 단절한   명상만 했다 밝힌  있다.

 

-법맥사진.jpg


 15  인도 장기 순례  10 코스를  차례 경험한 적이 있다그러다 통증이 심해지자 다시 생각난 것이다그래서 한국에서 유일하게  명상을 하는 전북 진안 ‘담마코리아 명상센터 찾았다.


 담마코리아는 모든 명상센터를 통틀어 가장 엄격하다하루 전에 도착하고, 10 명상을 마친 다음날 퇴실하기에 12일이 필요하다도착 즉시 휴대폰과 자동차 열쇠나 잡지는 모두 맡겨야 한다선승들조차 안거 중에도 외부와 전화통화를 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 이곳에선 그런 일은 있을  없다.


 새벽 4 기상하고 30  명상을 시작해 식사 시간과 잠깐의 휴식 시간을 제외하고는 밤 930분까지 빈틈이 없다식사도 ‘오후 불식이다아침 6 오전 11 밥을 먹으면 그날 식사는 끝이다식사는 채식뿐이다신체를 접촉해서도말을 해서도 안 된다모두 독방을 사용한다지루함을 달래줄 어떤 이벤트도 없이 지상에서 가장 지루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어떤 종교적 예식도 없다종교적 상징물이나 그림조차 걸려 있지 않다오직 관찰법만을 제시하기에 무종교·기독교인들도 다수 참여했다.


 처음부터  전체의 감각을 관찰하는 것은 아니다처음엔 호흡을 관찰한다오직 들숨과 날숨이 드나드는코와 윗입술 사이의 감각만을 관찰한다번뇌로 인해 흩어지는 마음을  지점에 모아 집중력을 개발하기 위함이다번뇌 망상으로 가득  마음이 쉽게 한군데로 모아지긴 어렵다심장이 멎기 전엔 코로 숨이 드나드는  분명하지만처음엔 어떤 감각을 느끼기도 어렵다그러나  무료한 집중을  시간  시간하루이틀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아래 미세한 감각이 감지되기 시작한다그만큼 마음이 예리해진 것이다.


 그러면 4일째부터 감각 관찰이 시작된다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부분 부분으로 나누어 관찰한다가려움통증발열감냉기  일체의 감각을 세밀히 관찰한다 명상법은 마음의 모든 불순물은 결국 감각으로 표현된다고 본다감각을 보는 것이 마음을 보는 것이다.

 

 -담마코리아.jpg» 전북 진안에 폐교를 개조한 담마코리아명상센터. 담마코리아는 최근 한 보시자의 기부로 이 자리에 새로운 명상센터를 세우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공양간.jpg» 많은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0일코스 내내 아무 대가없이 헌신적으로 봉사에 나선 봉사자들


중도에 벌떡 일어나 포기하기도


  명상이 통증 치료법은 아니다고엔카는 20대에 미얀마의 재벌이 됐지만편두통이 극심했다고 한다그는 전세계의 명의를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그러다 미얀마 독립정부의 초대 재정장관으로  명상법을 가르치던 우 바 킨을 찾아갔다그때 편두통을 나으려고  명상을 배우고 싶다고 했을  우 바 킨은 ‘ 명상은 진리를 깨닫기 위함이지 치병술이 아니다 ‘당장 나가라 호통을 쳤다고 한다.


 그러나 전미개오(번뇌를 깨달음으로 전환시킴) 미혹한 중생의 꿈이듯통증에 시달리는 환자는 고진감래(고생 뒤의 기쁨) 고대하기 마련 아닌가.


 그러나 어찌 거저 주어지는 것이 있으랴. 5일째부터는  시간씩 하루   ‘아딧타나’(강한 결심으로 앉기) 하여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는 좌선이 시도된다골반과 무릎이 조여오고 복숭아뼈가 부서질 듯하고 파리나 모기가 앉아도가려워도 털끝만큼도 움직이지 않고 버티는 고행이다다리뼈가 엉겨 부러질 듯해도 움직이지 않고 참다 보면 끝나는 종소리는 영원히 울릴 것 같지 않다이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 중도 포기하는 이들도 있다하지만 고행을 이겨내면다른 세상이 펼쳐진다통증이나 가려움에서 미세한 파동을 느끼는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번의 10 코스로 원하는 체험을  얻을 수는 없다 경우 연이은 3번째 코스에서 통증이 진동으로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느꼈다그러면서 오히려 그토록 고통스럽던 통증 부위로 박하사탕이 쏟아져나오는 듯한 시원한 감각이 일었다 쾌감에 잠겨서는 종이 울려도 한나절씩  자세 그대로 앉아 있기도 했다.


 그러나  명상은 통증처럼 싫은 감각을 쫓아버리고 쾌감을 불러오는  목표가 아니다인간은  쾌감을 갈망한다반면 통증 같은 감각을 혐오한다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여서 마음에 드는 사람에 대해선 죽고 못살  애착하고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에 대해선 증오심에 불탄다그래서 갈망과 혐오의 쳇바퀴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좌선2.jpg» 담마코리아 담마홀에서 명상중인 수련생들. 다리나 무릎이 아파 앉기 어려운 수련생은 지도법사의 허락을 받아 의자에 앉아 명상한다


상주자 없이 경험자가 무료 봉사


  명상에선 쾌감도 불쾌감도 오직 ‘있는 그대로’ 관찰할 뿐이다그래서 어떤 감각도 ‘일어났다가 사라져갈 이라는, ‘아니짜’(무상) 진리를 발견하는 것이다따라서 쾌감에도 집착하지 않고 불쾌감을 증오하지도 않는 평정심에 이르는 것이다그것은 쾌감이나 불쾌감을 나와 동일시해서 들뜨지도 싫어하지도 않고실험동물을 관찰하듯 객관적으로 바라보아야 가능한 경지다.


 거친 감각들이 미세한 진동으로 용해되면 오래 묵은 상카라(부정성)들이 피부 표면으로 올라온다그래서 가끔 독충이  것처럼 벌겋게 피부가 부풀어오르기도 한다그러나 그때도 평정을 지켜내는 노력은 지속된다그렇게 금이 정련되기 위해 불가마를 통과하듯 관찰과 평정 속에서 마음의 불순물이 태워지는 것이다.


 이곳에서 놀라운 것은 명상만이 아니다 명상센터엔 평소 상주자가  명도 없다코스가 열릴 때만 명상 경험자들이 타인들의 명상을 돕기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청소하며 돕는 무료봉사에 나선다코스 참가비도 없다코스를 마친  다음 코스 참가자를 위해 원하는 만큼 기부할 뿐이다그런데도 이런 방식으로 세계 160여개 명상센터가 유지되고 있다담마코리아 명상센터 누리집 https://www.korea.dhamma.org/ko/


진안(전북)/·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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