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창 밖을 내다보는 일이
나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누가 오지 않아도
창이 있어 고맙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벗이 됩니다.
내 지나온 날들을
빨래처럼 꼭 짜서
햇살에 널어두고 봅니다.
바람 속에서 펄럭이는 희노애락이
어느새 노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이왕이면
외로움도 눈부시도록
가끔은 음악을 듣습니다.
고요하고 고요하게
하나의 노래처럼
한 잎의 풀잎처럼
사라질 수 있다면
난 잊혀져도
행복할 거예요.
한 폭의 그림같은 글이
할머니의 인생이 담긴 글씨와 만나니
어머니가 남겨주신 편지처럼
귀하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 이해인 수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