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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수월리 아삶공

적막강산 寂寞江山

#寂寞江山 이다. 

 

눈 앞에는 소나무 숲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그 아래 활엽수들이 봄이 오면 틔워낼 움들을 숨겨서 품고 있다.  

 

집앞에는 호수라기에는 너무 작고 연못 이라기에는 제법 큰 저수지가 살얼음들을 키워간다.

 

앞 마당에는 이육사선생댁에서 시집온 유서 깊은 항아리들이 놓여져 있고 겨울밤을 덮혀줄 소나무장작도 적당히 쌓여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달 가까이 수업을 할 수 없는 연희동 ‘시옷’을 떠나 오도 가도 안하고 수월리에 은둔하여. 

 

하루종일 뜨개질을 하다가 마당으로 나가서 고요한 호수를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멍~하니 소나무 능선을 바라보기도 한다.  

 

봄이 되면 나물을 뜯어서 쑥국을 끓이고 텃밭에 키운 허브로 샐러드를 만들고 상추를 뜯어서 비빔밥을 짓고 벚꽃을 가득히 밥위에 뿌릴 생각을 하면 마음이 일렁일때도 있다.  

 

상주에 두고온 심토재 부엌이 슬슬 그리워 지건만 코로나 사태가 좀 수그러 들어야 움직일수 있을 것 같다. 

 

진짜로 寂寞江山 이다.  

 

산사도 이만큼 고요하긴 어렵다. 

 

마음이 절로 가라 앉아서 

 

마음의 실체를 드러내 보인다. 

 

세상에서 바쁘게 사느라고 생각이 이리저리 얼키고 설켰을때는 마음도 갈팡질팡하고 차분해 지기 어려웠다. 

 

사실 마음은 실체가 없다. 

 

생각과 기억들이 불러일으키는 상념들이 마음이라는 스크린에 무작위로 비치고 마음에 비친 그림자들을 보면서 감각과 감정이 활동을 개시 하는동안 나는 거의 포로 상태로 이러저러한 감정에 휘둘리기 일쑤였다. 

 

물리적으로 이렇게 고요한 시공간에 있게 되면 처음에는 심심해진 마음이 이리저리 방황 하다가 점점 고요함으로 미끄러져 들어가서 마침내는 잠잠해진다. 

 

그럴때에라야 내가 마음의 장난질에 속아서 이러저러한 감정과 감각의 헛된 놀음에 잠시 혼미 하였음을 깨닫는다. 

 

본디 내 마음은 고요한 것 이었으니 

 

이제 헛된 기억과 쓰잘데 없는 생각 나부랭이들을 잠재우면 되겠다고 생각 한다.  ㅎㅎ 생각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생각을 잘 단속하면 마음이 이리저리 방황하지 않게 되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나는 자주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쳐다보고 소나무숲을 바라보며 얼기 시작한 호수를 내려다 보기도 한다. 

 

문득 월든이 생각나고 소로우가 생각 나지만 그가 살았던 월든처럼 깊은 호수와 숲과 오두막은 아닐지라도 내 마음을 가라 앉히기엔 손색이 없다.  더 한것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고 욕심은 나 자신을 괴롭히는 원흉이다. 

 

마음이 가라 앉으면 생짜배기 감각이 살아난다. 

 

본능적인 감각이 살아나면 몸의 세포들이 반응하는 것을 느끼게 되고 이 세포들이 살아 있으며 지성과 감성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나는 이 느낌들에게 모든 주의력을 기울이고 이 미세한 활동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신성한 생명활동에 전율 할때도 있다. 

 

이래서 고독을 즐긴다. 

 

寂寞江山이 아니라면 찿을수 없는 이 교찻점을 존중한다 

 

그래서 寂寞江山이 너무 너무 좋다. 

 

사람과 사물들에게서는 결코 얻어낼수 없는 신성한 감각을 늘 그리워했다.  

 

#수월리 #평화가깃든아삶공 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 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이미 그 어떤 것이라도 받아들이고 수용할 마음의 준비를 갖춘다.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오지 않았다. 

 

오직 오늘 지금 이 찰라가 있을 뿐이다. 

 

어제의 기억에 매몰될 필요도 없고 

 

알수 없는 미래의 공포를 가져올 필요도 꿈을 꿀 필요도 없다.  

 

오직 지금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있을 뿐. 

 

아름다운 세상이다. 

 

내가 안에 굳건히 앉아 있으면 바같의 요동은 스쳐지나가는 하늬바람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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