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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無心님의 불교이야기

수행과 근기


YSP : 제가 아는 한 여성 신도분이 수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절에 가서 스님에게 참선을 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스님이 “보살님은 근기가 낮아 고차원적인 참선을 할 수 없습니다. 보살님은 염불수행이 근기에 맞으니 저기 관음전에 가서 관세음보살 기도를 하십시오.”라고 말하더라며 매우 기분이 언짢아하더군요. 정말 근기가 낮으면 고차원적인 불교수행은 할 수가 없는 건가요? Moosim님 도대체 근기가 뭔지 좀 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Moosim : 부처님은 듣는 사람의 근기根機(경험, 소질, 적성, 성향, 성격 및 여러 가지 능력-이해력, 집중력, 인내력.. 등)와 처지(처해 있는 상태; 사정이나 형편, 환경, 상황 등)에 맞춰서 설법(법法을 설명함)을 하셨습니다. 이를 이른바 '대기설법'(근기에 맞춘 설법)이라고 합니다.

'근根('안이비설신의' 근根) + 기機(틀 기機)'의 합성어인 근기根機는 부처님이 사용하신 고대인도어 '우빠니싸야upanissaya'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입니다. 영어 번역경전에서는 'basis(기반, 기틀); sufficing condition(충분 조건), qualification(자질, 적성, 능력)' 등으로 영역합니다. 참고로 '(감각) 기관'을 뜻하는 근根은 '(감각) 기능'을 뜻하는 고대인도어 인드리야indriya를 한역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안이비설신의' 여섯 기능(indriya; 근根)을 통한 경험, 즉 보고 듣고 (냄새, 맛, 감촉을)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서 살아온 경험, 수행한 경험 등의 전생과 금생의 모든 경험과 그 경험으로 인해 형성된 틀(기機), 즉 소질, 적성, 성향, 성격 및 여러 가지 능력(이해력, 집중력, 인내력..) 등등을 통칭하여 '우빠니싸야upanissaya(근기根機)'라고 이름 붙이셨습니다.

요컨대 근기根機는 전생과 금생의 모든 경험(일상경험, 수행경험 등)과 그 경험으로부터 형성되는 소질, 적성, 성향, 성격 및 여러 가지 능력(이해력, 집중력, 인내력..) 등등을 통칭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팔정도(정각으로 가는 여덟 부분으로 이루어진 바른 길)를 수행修行(바와나bhāvanā; 닦는修 행行, 닦는/계발하는 수행)의 관점에서 계戒(실라; 정어·정업·정명), 정定(사마디; 정정진·정념·정정), 혜慧(빤냐; 정견·정사유) 세 부분으로 그룹핑하시고, 설법(법을 설명) 시의 편의를 위해, '사마디(정定; 정정진·정념·정정) 바와나'를 사마타(정행定行), '사마타 후에 하는 깊은 빤냐(혜慧; 정견·정사유) 바와나'를 위빠사나(혜행慧行)라고 이름 붙이셨습니다. '실라(계戒; 정어·정업·정명) 바와나'는 그냥 실라(계행戒行) 

불교수행(부처님佛이 가르치신敎 수행)은 이해하기에 난해하거나 실천하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좀 더 상세히 말하면, 부처님이 가르치신 (변질되지 않은) 바른 수행(팔정도 바와나; 팔정도를 닦는 수행), 즉 실라 바와나(계행; 계율을 지키는 실천 등을 포함하여 청정한 '6근, 몸과 마음, 삶 또는 생활'을 닦는 수행)-사마디 바와나(정행, 사마타; 선정 삼매를 닦는 수행)-빤냐 바와나(혜행, 위빠사나; 사마타 후에 통찰(깊은 관찰) 지혜를 계발(열고 발전향상)하는 또는 닦는 수행)는 이해하기에 난해하거나 실천하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수행의 성취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변질되지 않은 바른 수행(정각으로 가는 여덟 부분으로 이루어진 바른 길을 닦는 수행; 팔정도 바와나)에 대한 부처님 가르침을 부처님 제자들처럼 (예컨대 사리자나 주리반특처럼) 계행(실라 바와나)에서부터 철저하고 충실하게 실천해야 합니다.

천재(또는 소위 상근기)라는 사리자나 바보(또는 소위 하근기)라는 주리반특도 부처님이 가르치신 바른 수행을 계행에서부터 철저하고 충실하게 실천하여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처님 설법을 단 한 줄도 암기하지 못할 정도로 바보였던 주리반특(쭐라빤타까)도 부처님 가르침을 따라 계행에서부터 철저하고 충실하게 실천하여 아라한이 된 후에는 부처님의 권유로 여러 대중들에게 설법을 한 기록이 니까야의 여러 경전에 실려 있습니다.

사실 부처님은 상근기 하근기 등으로 근기의 우열을 구분하지 않으셨습니다. 또한 모든 것이 그렇듯이, 근기(경험과 그로부터 형성되는 소질, 적성, 성향, 성격 및 여러 가지 능력-이해력, 인내력, 집중력.. 등)도 고정불변(상주불변, 늘 동일)한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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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제자에게 니까야(고대인도어로 기록된 경전모음집)에서 해당부분을 찾아 읽어주며 제자의 근기에 맞춰서 불법佛法(부처님 가르침)을 설명해 주고 있는 냐나띨로까 비구(왼쪽) 

냐나띨로까 비구는 1904년에 독일인으로는 처음으로 비구계를 받았다. 1902년에 비구계를 받은 영국 출신 아난다메떼야 비구에 이어 서양인으로는 두 번째 비구다.

냐나띨로까 비구는 1878년 독일 비스바덴에서 유대계 독일인으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김나지움(한국의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과정에 해당하는 학교)의 교장이면서 교수였고, 어머니는 왕립극장에서 피아노 연주가 겸 가수였다. 그는 독일과 파리에서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한때는 기독교 수도원에 가서 수사가 되려고 출가한 적도 있었다. 카톨릭 학교에서 작곡가 겸 바이올린 연주자로 활동하던 중, 21세에 신지학 강의를 듣고 불교에 대한 흥미를 갖게 되었고 바이올린 선생이 건네준 불교서적을 탐독하고 나서 비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마침내 24세(1902년)에 붓다의 가르침을 배우기 위해 인도로 갔다가 스리랑카를 거쳐 미얀마에서 1904년 비구계를 받았다. 그의 법명, 냐나띨로까Nyanatiloka는 '새 세계를 아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1905년에 다시 스리랑카로 가서, 몇 년 뒤 뽈가스두바 섬에 토굴 수행처를 만들고 본격적인 수행생활을 하였다. 1957년에 스리랑카(실론)에서 입적했다. 스리랑카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수행자였던 그의 장례는국장으로 치러져 라디오 실론을 통해 생중계되었다.

냐나띨로까 비구가 빠알리어(갠지스 강 유역의 고대인도 민중어 중 하나로 가장 널리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고대인도어)로 기록된 경전모음집인 니까야에서 발췌하여 독일어로 번역 편집한 『붓다의 말씀(Das Wort des Buddha; The Word of the Buddha)』은 1906년 독일어판이 처음 나온 후 1907년 영어 초판이 출판되었다. 이후 많은 나라의 언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체코어, 핀란드어, 러시아어, 일본어, 인도어, 벵갈어, 스리랑카어, 한국어(정원 김재성 옮김, 2000년) 등으로 번역 출판되어 110여 년 동안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일반 불교교리서와는 달리 원전자료인 니까야에서 발췌하여 핵심 교리와 수행 체계를 편집 수록했다는 것이다. 부처님 가르침에 대한 사상적 체계뿐만 아니라 실천 체계까지도 잘 정리해 놓았다. 특히 부처님이 가르치신 실천 체계인 팔정도를 중심으로 한 사성제와 삼법인, 연기 등의 핵심 교리 체계를 통합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부처님이 가르치신 수행의 지침서로도 적합하다.(단, 부처님이 가르치신 팔정도를 닦는 수행을 바르게 실천한 수행경험이 풍부한 수행자가 번역한 잘 된 번역본을 참고해야 하며, 내용 중에 이해가 되지 않거나 의심이 드는 부분은 니까야 원본을 대조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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