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새벽 시간은 느릿하게 흘러간다.
다른 계절보다 깜깜한 시간이 길어졌고, 새벽 시간의 깊이도 달라졌다.
겨울의 새벽은 침잠하기에 아주 좋다.
밤이 길고 깊으니 , 생각이 저절로 한 곳으로 집중 되어 진다.
만약에 생각을 한 곳에 집중시켜서 보다 질이 높은 에너지를 얻고 싶다면 겨울밤과 겨울 새벽을 활용해 보라고 권한다.
하루는 24시간, 1,440분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시간 사용자에 따라서 각자 느끼는 시간의 길이와 시간 안에 담기는 내용의 질은 사뭇 다르다.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서 시간을 잘 사용하고 싶다면 어두운 밤의 시간이 길어진 동짓달과 섣달이 좋다.
굳이 산사나 촌가로 피난 갈 필요 없이 지금 내가 사는 곳, 머물고 있는 집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깊고 적막한 아쉬람처럼 만들 수 있는 계절이 겨울이다.
만약에 가족이 없으면 더욱 좋고 가족이 있더라도 단출하면 더 좋고. 가족이 여럿이면 다 잠들어 있는 새벽 시간을 활용 할 수 있다.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 싶다면 해가 지고 나서 어두워진 거리를 배회하지 말고 재빨리 집으로 돌아와서 뜨거운 물로 몸을 씻고 이른 저녁을 먹은 후 TV를 끄고 컴퓨터나 노트북도 로그아웃해 두고 집안의 조명을 최대치로 낮추라.
빛의 조도와 색감은 무드에 민감하게 영향을 주므로 전등을 끄고 부분 조명이나 촛불을 이용해서 차분한 빛이 방안을 비추도록 하는 것이 좋다.
집안은 깨끗하게 정리정돈 되어 있으면 더 좋고 한쪽 벽면을 베이지나 아이보리색으로 커텐이나 천을 드리우면 마음을 차분하게 집중 하는데 도움을 준다.
조용한 음악을 틀어도 좋다.
되도록이면 단조롭고 무심하게 되풀이 되는 피아노 소리나 싱잉볼이나 물소리 새소리 들의 자연 음향이 마음을 가라 앉히는데 도움을 준다.
편안하게 기대어 앉을수 있는 소파나, 두툼한 기도방석위에 등을 펴고 앉아서
나즈막한 음악소리와 어둑한 조명에 관심을 두면서 떠오르는 감정들과 생각들을 차분하게 지켜 본다.
여러 갈래의 생각들과 감정들을 판단하지 않고 보면서 나의 속 마음과 생각들을 지켜 본다.
처음에는 여러 종류의 감정들이 치 솟아 오르겠지만 고요히 머무는 시간이 반복되고 길어 질수록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 보다 나 자신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아주 좋다.
하늘로 부터 한줄기 빛이 내려와 내 정수리로 떨어져 내리면서 이마 한가운데를 지나고 가슴과 척추를 훓어서 회음부까지 닿는 동안 온 몸을 환한 빛으로 가득 채운 다음 내 몸 세포를 통해 밖으로 발산되고 내 방과 내집과 내 마을과 온 세계로 뻗어 나가는 상상을 한다.
나의 척추와 뼈들은 다이아몬드처럼 빛나고 강하며 내 몸의 근육과 장기들과 세포들은 순금처럼 부드러운 빛으로 가득하다는 상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빛들은 평화와 사랑과 순수함과 힘과 지혜로 가득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시간을 헛되이 쓰기보다.
생의 에너지가 탕진된 사람들과 헛되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이렇게 하루에 한두 시간이라도 보내게 되면 삶의 질이 무척 달라진다.
다만 삼십 분 정도만 투자하여도 내 안의 힘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시간의 질을 높이는 것은 정해진 장소에서 시간을 일정하게 좋은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일정한 장소, 일정한 시간을 의식적으로 반복하여 훈련하면 일정한 에너지의 결이 쌓이고 섬세해지며 단단한 결정체로 변해 간다.
결정체가 되기 시작하면 힘이 쌓이기 시작한다.
내면의 힘을 얻기 위하여
내 마음을 고요하게 만들기 위하여
굳이 어딘가로 가지 않아도 되고
굳이 애를 쓰지 않고서도 내 삶과 의식과 감정을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나의 자존감이 자라기 시작하면 나 자신은 물론 남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일상에서 이런 시간을 가질 때 되도록 눈을 감지는 말라.
눈을 감으면 이완되어서 쉽게 잠에 빠져들게 된다.
이완이 목적이 아니라 편안한 집중력을 갖는 것이 목표이므로.
지나치게 애쓸 필요는 없지만 가급적 가볍게 눈을 뜨고 몸의 긴장을 푸는 것이 좋다.
겨울의 깊은 밤은 이렇게 나 자신을 보살피기에 좋은 시간을 제공해 준다.
나도 오늘 새벽 모처럼 이런 시간을 가졌다.
요즘은 아무래도 일찍 잠들고 일찍 깨어서 내 안으로 침잠해 들어가기 쉬워졌다.
새벽에 거실로 나와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고요히 앉아 있으면 몸은 저절로 곧아지고 호흡이 가지런해진다.
시간과 의식이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나는 아무런 선입견을 가지지 않은채 편안함을 즐길 뿐이다
나는 어디에도 어떤 것에도 개입하지 않았다.
나는 나의 숨결을 느꼈고 내 몸과 마음이 아주 편안한 상태에 있다고 느꼈다.
이윽고 나의 척추가 빳빳하게 펴지고 세포들은 말랑말랑해졌다.
나이가 들수록 뇌용량이 쪼그라들었다고 느끼는 나는 뇌세포를 사용하기보다는
장의 움직임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과 애정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몸의 위와 장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모든 것이 안정되게 제 자리를 찾아갔다.
내 의식은 모든 선입견과 지식으로부터 놓여나고 자유로워졌으며 몸의 마디마디가 부드러워지고 열려갔다.
이때 나는 자유롭다는 것이 생각이나 이해가 아니라 깨달음으로부터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함을 알아차렸을때 , 이미 내가 오래전부터 그러한 상태로 자유로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연함과 부드러움.
말랑함과 따뜻함이 생명의 특징이었다.
내 몸은
강인한 뼈와
말랑한 세포와
부드럽게 접혀지는 연골과
따뜻한 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내 몸은 아주 자연스럽게 요가 상태가 되었고 구석구석 씻기어지고 균형 잡혀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윽고 새벽이 물러가며 동이 트기 시작했다.
언제나 자연은 내 생명을 정화시키고 치유하여 올바르게 이끌어 준다.
나 자신을 맡기기 위하여 굳이 숲으로 가지 않더라도 자연의 손길은 어느 곳에서나 내가 온전히 침잠 되었을 때 가까이에서 나를 온전하게 품어 주었다.
- 문성희 선생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