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수월리 아삶공

하나의 생을 살아 간다는 것은.



#영혼이 육신을 빠져나갈 때 잠시 헷갈린다.


얇고 가벼운 거미줄처럼 여린 육신의 옷이 벗겨졌을 때 잠시 머뭇거린다.

이내 아무런 저항이 없어졌음을 깨닫고 

중력 저 너머로 날아오른다.

너무 가벼워요. 

자유로와요. 

행복해요.

내가 사랑했던 내 동생 안나는 여러 차례 나에게 이런 메세지를 보냈다.

나는 울며 돌아오라고 말했으나 안나는 결국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세상을 남겨두고 저 세상으로 떠나갔다.

사랑했던 아이들과 자신이 애정을 가지고 속했던 모든 것들과의 이별의 무게가 

더 이상 안나의 가벼움과 자유로움을 끌어 당기지 못했다.

안나처럼 방금 몸을 빠져나간 영혼들이 나에게로 올 때가 간혹 있었다

나는 에너지 상태인 몸을 벗은 그 영혼들을 감지했다.

어떤이는 남기고 떠나게 되는 아이들 걱정 때문에 왔고

어떤 이는 단지 안녕을 고하기 위해서 왔다.

의식없이 이미 몸을 벗겨진 상태의 충격으로 잠시 머뭇 거리는 이도 있었다.

육신을 빠져나가는 속도는 찰나의 시간 이지만

다시 새 삶을 맞이하는 영혼에겐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고 

가장 예민한 시간이기에 침묵만이 연결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진실로 사랑했다면 그가 평안히 떠날수 있도록

"영겁의 고요함 속으로 잘 가요. 내 사랑"하며 엷은 미소로 보내주어야 했다.

이미 몸을 벗은 영혼이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게

"안녕~ "하고 가벼이 떠날수 있도록 돕는 것은 산자의 몫이었다.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죽음이 목전에 다가 왔을때 나는 그 영혼이 육신의 옷을 벗을때 힘겹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두번째는. 

영혼이 이미 빠져나간 껍데기 육신을 염 할 때다. 

경건하고 고귀하게 안녕을 고해야 한다. 

이때 자신의 몸과 자신이 사랑했던 이들과의 헤어짐을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슬퍼하게 만들면 

영혼이 쉽사리 떠날 수가 없으니 가는 길을 헷갈리게 하면 안 되었다.


세번째는 

영혼이 빠져나가 껍데기 무거운 육신을 땅에 묻을 때와 49재 때까지 평화로움을 유지해야 했다. 

울거나 부르짖으면 당황하여 다시 돌아오려 하지만 돌아올 옷이 없어졌음을 느끼고 슬퍼할 영혼을 생각해야 한다.

이런 행위들이야 말로 이승을 하직하는 영혼에 대한 배려이고 존중이며 최고의 예를 갖추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은 살아 있는 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기도이며 

남겨진 자가 보낼 수 있는 마지막 축복이기도 했다.

내가 내 몸을 떠날 때,

잘 떠날수 있도록 끊임없이 수련하는 것은 오직 나의 몫이고 어떠한 영혼이든 잘 떠날수 있도록 돕는 것은 치유자의 몫이다.


< 오. 빛의 혼이여 광명을 따라 금강의 길로 가시오. 망설임 없이 그 어떤 소리와 그 어떤 헛된 망상에도 현혹되지 말고 광명의 빛만을 보시오. >

이 수련은 나를 위하여 스스로 할수 있는 유일한 의식이며 떠나는 이를 위해 내가 할수 있는 유일한 헌사다.



#광명의 빛을 따라 내면으로 들어가라


나는 살아오는 수십년 동안 여러 죽음을 목격했다.

그들은 죽음으로써 나 역시 죽기 위해서 사는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몸을 빠져나가면서 나에게 왔던 그 영혼들을 기억한다.

대부분 남은 사람들에 대한 애착과 연민 때문에 떠나는 길을 망설였고 슬퍼했으며

사고의 경우에는 너무 갑작스러운 사건에 당혹해 했고

때로는 육신의 애착이 너무 두꺼워서 껍질이 벗겨지지 않아 고통스러워 했다.

육신의 옷을 가볍게 투명하게 만드는 노력을 살아 있을때 하지 않으면 

내 뜻과는 달리 매우 고통스럽게 마지막 옷을 벗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종이처럼 태워지고 바스러질 수 있도록 내 육신을 길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떠난 

나를 사랑하던 

내가 사랑했던 

모든 영혼들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메세지를 남겨주고 가버렸다.

충만한 세상. 따뜻한 세계. 아름다웠다.

하나의 생을 살아 간다는 것은.


맨 위로 맨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