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바로 어딘가에 태어나지.
지옥, 아귀, 아수라, 축생, 인간, 천상.
이 중 어딘가에 업과 수행의 정도에 따라 태어나는 것이지.
북방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바로 어딘가에 태어나는 것이 아니고 49일 동안 저승판관 앞으로 가서 심판을 받지.
북방은 삼권분립이 잘 발달되어 있거든.
그래서 심판제도도 덩달아 잘 발달되어 있어서 49일 동안 7일 간격으로 7번 재판정에 출두해서 심판을 받는 것이지
거기에는 염라대왕이라는 재판관도 있고 죽은자를 변호하는 변호사 지장보살도 있지.
북방은 이렇게 죽어서도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발달된 저승사회를 가지고 있어.
남방의 저승사회는 엄격한 원칙주의야.
자신의 지은 업과 수행의 정도에 따라 이미 갈 곳이 정해져 있어.
니가 지은 업대로 가는 가는데 심판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지.
49일 동안 유치장이나 아니면 대기실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이지.
그래서 남방에서는 49제가 없고, 제사가 없고, 죽은 자를 위한 특별한 의식이 필요 없지.
남방에도 염라대왕이 있기는 한데, 남방의 염라대왕은 지옥에 태어난 사람들만 심판해.
그리고 북방처럼 7심제가 아니고 단심제지.
또 남방의 염라대왕은 심판관이라기 보다는 교화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지.
북방에서는 제사, 천도제 등을 지내면서 죽은 친척들을 위해 뭔가 정성을 쏟는데,
그럼 남방에서는 죽은 조상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느냐?
그렇지 않아.
남방에서도 조상들을 위해 뭔가를 하지.
하지만 북방과 방식이 달라.
북방은 제사상에 음식을 차리고 영가를 초대해서 음식을 드시라고 청하지만.
남방에서는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지은 공덕을 조상에게 회향(공덕을 보낸다는 의미)하면
그 공덕이 저승의 조상에게 전달되어, 그 조상 앞에 음식이 나타난다고 해.
공덕 전송 시스템을 이용하는 거지.
은행에 가서 외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시스템과 비슷해.
그래서 남방은 음식을 차려놓고 요령을 흔들어가면서 영가를 불러 먹이는 샤머니즘적인 행위가 없어.
대신 남방의 저승사회는 상류사회의 잘 발달된 전송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거지.
당신이 한 10시쯤에 남방의 사원을 방문하면 공양간 앞에 대중들이 발우를 들고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공양간 들어가는 입구에 간판이 있는데 그 간판에는 그날 공양 올리는 시주자의 이름이 적혀 있지.
그리고 그 밑에
“내가 지은 이 공덕을 죽은 저의 아버지(또는 어머니) 000에게 회향합니다.”
라고 적혀 있는 문구를 가끔 볼 수 있을 거야.
그것이 남방에서 죽은 조상에게 제사지내는 방식이지
어때?
심플하지?
어느 쪽이 더 깔끔하고 세련된 제사인가?
- 무념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