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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상경


30년을 살았건만
석 달 만에 올라온 도시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을 걸친 기분이다.

이런저런 용무를 마치니
서울에 오면 꼭 연락하라는
여러 지인들이 잔영처럼 스친다.

남겨 둔 주머니 속
동전 몇 잎을 만지작거리듯
몇 차례 생각을 더듬었지만
너무 낡은 기억이다. 

누군가와의 만남이
내 행복에 기여하기엔 너무 먼 길을 왔고,
그들의 행복에 기여할
예전의 자아는 또 몇 잎이나 남아 있던가? 

애써 관계를 유지하고
그 속에서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이제 너무 낯설다.
새들이 찾아와 노래하면 그 뿐,
나무는 새들을 찾지 않는다. 

번거로운일 만들지 않고
굳이 자신을 드러낼 일 없으니 애쓰지 않아 좋고,
재주없어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으니
한가해서 좋은 시절이다.

서둘러 내려가자. 
내 낡은 사회적 자아의 무덤이자
무한자유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
하늘과 산과 바람이 있는 나의 정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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