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무사히 건넜을까?
이 한밤에 남편은 두만강을 탈없이 건넜을까?
저리 국경 강안(江岸)을 경비하는 외투(外套) 쓴 젊은 순사가 왔다 갔다
오르명 내리명 분주히 하는데 발각도 안되고 무사히 건넜을까?
소곰실이 밀수출(密輸出) 마차를 띄워 놓고 밤새가며 속 태우는 젊은 아낙네,
물레젖던 손도 맥이 풀려서 '파!' 하고 붙는 어유(魚油)등잔만 바라본다.
북국(北國)의 겨울 밤은 차차 깊어만 가는데..."
이렇게 시작되는 김동환의 국경의 밤, 전세계 허다한 이름난 서사시를 다 뒤져도
이런 진한 감동과 전율은 다신 없으리라!
지금도 우리 한반도의 최북단 압록강엔 '국경의 밤'이 계속되고 있다.
돈데 보이(Donde Voy)는 멕시코판 '국경의 밤'이다!
아,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에도 이리도 처절한 '국경의 밤'이 흐르고 있었더란 말인가?
북버지니아, 메릴랜드 지역에 산재한 80만 명의 라티노들 대부분은 중미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멕시코에서 온 이주민들이다. 남미의 유럽국가로 불리며 일인당 GDP 1만4300달러의 칠레와 정치적으로 안정된 코스타리카 출신 라티노들은 눈을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엔 장장 3360Km 장벽이 쌓여있다. 남북한을 가로막고 있는 휴전선의 10배 이상 규모다. 2000년 초반엔 170만 명 이상이 불법으로 국경을 넘다가 체포되어 멕시코로 돌려보내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경수비를 강화하고, 계속되는 미국 내 경기 침체, 불법 이민자들을 고용하는 업주를 무겁게 책벌하면서, 현격하게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도 매년 55만 명 이상이 국경을 넘다 체포된다.
3m 높이로 1170Km 가까이 2중으로 둘러싸인 철벽을 넘다 수백, 수천의 이름 모를 라티노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시작도 못해 본 채 불귀의 객으로 가엾은 생을 마감한다. 과학적인 장비와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수비대의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가까스로 밀입국한 라티노들이 지구촌 이웃으로 살고 있다.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고, 가족과의 재회가 기약 없어 ‘돈데 보이’를 읊조리는 그들의 처지와 겹쳐질 때면 더욱 애절하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