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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명상하는 여우

어느 숲에 여우가 살았는데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양들의 숫자를 세고, 몸을 지치게 하기 위해 낮 동안 굴 안팎으로 뛰어다니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몰래 소에게 다가가 따뜻한 우유를 짜 마셔도, 학자의 집에서 훔쳐 온 두꺼운 책을 읽어도 소용없었다. 잠자는 위치를 바꿔 봐도 정신이 더 말짱해질 뿐이었다.

그때 올빼미가 건너편 숲에 사는 성자 여우에 대해 말해 주었다. 그가 불면증 치료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밤, 잠을 이루지 못한 여우는 한달음에 그 성자 여우에게 달려갔다.

자신의 고통을 이야기하자 성자 여우가 말했다.
“그대에게 특별한 만트라를 알려 줄 테니 잘 기억하라. 밤마다 잠들기 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서 이 만트라를 암송하라."

며칠 후 그는 다시 성자 여우를 찾아가 항의했다.
"당신의 치료법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아요. 당신이 준 만트라를 열심히 외었지만 불면증은 그대로예요!"

성자 여우가 웃으며 말했다.
"물론 그대로일 거야. 하지만 불면증 때문에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진 않게 되었잖아."

여우와 마찬가지로, 당신과 나에게도 문제가 있다. 이 세상에 문제 없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 문제들로 인해 괴로워하는가, 아니면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문제 많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이다.

이 생에서 나는 여러 가지로 운이 좋았다. 일찍 전업 작가가 되어 글만 써서 생활할 수 있었고, 훌륭한 영적 스승들을 만났으며, 해마다 인도를 여행하고 히말라야도 수차례 오르내렸다. 어디를 가나 좋은 사람들이 함께했고, 책을 낼 때마다 독자들로부터 사랑받고, 가슴이 원하지 않는 일은 거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구별에 온 여행자라는 본분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나의 영혼에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문제 많은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된 일이다. 선천적인 결함과 후천적인 실수들을 받아들이고 '나는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것을 깨달은 일이다. 만약 인간 여정에서 나의 문제와의 화해라는 즐거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불완전한 나 자신에게 친절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그 많은 행운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불행했을 것이다. 물론 소중한 것들을 잃기 전에 그 단순한 진리를 배우긴 했지만.

자서전의 마지막 장은 '내가 사랑한 나'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마지막 문장은 '나에게 감사하다.'이지 않겠는가. 결국 이 생을 살아낸 것은 나이니까.

예수회 소속 인도인 신부 앤소니 드 멜로는 다음의 이야기를 전한다. 깨달았다고 알려진 선승이 있었다. 하루는 제자가 물었다.
"깨달음을 통해 무엇을 얻었습니까?"
선승이 말했다.
"글쎄, 이렇게 말하겠네. 깨닫기 전에 나는 우울하곤 했지. 그렇다면 깨달은 다음에는? 계속 우울했어."

제자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그럼 굳이 깨달을 이유가 뭐죠?"
선승이 말했다.
"깨닫기 전이나 후나 우울증은 변함없어. 단지 우울증을 대하는 내 태도가 바뀌었지. 전에는 '우울증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난 행복할 수 없어.'라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지금은 우울증과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어. 우울증 때문에 좌절하거나, 우울증과 싸우느라 시간을 다 보내거나, 행복을 포기하지 않게 된 것이지. 우울증과 더불어 평온할 수 있게 되었어. 그것이 다른 점이지."

마음속 불안한 여우를 자유롭게 하는 비결은 그 여우를 넓은 초원으로 데려가는 일이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와는 거리가 멀지만, 두려움 많고 때로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힘들어 고립을 자처하고 감정과의 싸움에서 늘 패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도 나도 괜찮다.


art credit_Julia Lemy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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