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도로서 안정적인 사회진출을 할 수 있었던 송화정(50) 씨는 스물다섯에 돌연 세상을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신선이 되겠다는 황당한 선택을 했다. 경남 하동 소재 지리산 골짜기에서 야생차밭을 가꾸며 지내다가 서른여섯에 운명적인 배필 조은(48) 씨를 만났다.
천부경이 새겨진 돌판과 은비녀 다섯 개를 예물로 주고받은 부부의 자연주의적 삶은 행복했다고 한다. 그런데 두 딸 채운(13)·미셜(11) 양이 태어나며 부부의 변화가 시작됐다.
송화정 씨는 신선보다는 제대로 된 아빠가 되고 싶었지만 느긋한 모습이다. 그보다는 더 생활력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아내 조은 씨가 지리산 비탈길에 있는 야생차밭을 가꾸며 숲 해설가로 생계를 이어왔다.
지금의 삶이 좋은 부부는 점점 경제관념이 생기는 아이들에게 마냥 자신들처럼 살라고 강요할 수는 없어 고민이다. 부모로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싶은 마음은 도시나 산골의 삶이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는 부족할지라도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자라며 더 큰 세상을 꿈꾸기를 바라는 그들 부부의 마음이다. 사랑하는 두 딸의 미래를 위해 이상과 현실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그들의 무릉도원 만들기는 계속 진행 중이다.
송화정 씨는 “여기 올 때는 원대한 꿈을 꾸고 왔다. 신선이 돼서 무릉도원 만들어 보겠다, 이렇게. 야생이 살기 쉬운 게 아니다. 지금 생각하니까 애들인 쑥쑥 커 올라온다. 빨리 포기하고 이제 사람이 돼야 겠다(고 생각했다.) 현실 세계에서의 이상향은 가족 간의 즐거움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