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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삶이란


산골에 틀어박혀 세상 일 잊고 한가하게 있지만 이런것이 최상의 삶이라 여기고 안주하지 않으며, 아마 앞으로도 또 불현듯 배낭을 싸서 훌쩍 어디론가 떠나갈 것이다.

은퇴하고 지난 6년간 가장 오랜시간을 보낸 인도, 그리고 그 곳 빈곤과 혼돈의 도시 캘커타는 지금의 이 고요와 안빈의 삶을 뒤 엎어 버리기에 충분할 것이다.

돌아보니 지금껏 그곳에서 만나고 접한 사람들은 내게 많은 것을 일깨워 주었으며, 그들과 함께한 삶의 면면은 늘 마음 한 켠에 그림자처럼 남아 나태한 생활에 경책을 준다.

비하르 주 빈촌에서 무작정 상경하여 노점 짜이집에 종일 일하면서도 웃음과 장난기를 잃지않은 12살 소년, 나는 매일 아침으로 먹을 삶은 계란을 사러가서 소년과 팔 씨름을 하며 히히덕 거렸고,

정확히 밤 9시 10분이면 어김없이 골목에 나타나서 소프라노 음으로 처절하게 노래를 부르며 구걸하는 맹인 무슬림 부부, 그 영혼을 울리는 가냘픈 음에 이끌려 나는 신들린 사람처럼 숙소를 뛰쳐 나갔으며, 

저녁이면 카운터에 앉아 큰 쟁반에 밥과 카레를 가득 담아 손으로 쓱쓱 비벼먹는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배불뚝이 숙소메니저, 그에게 매일 오전 400루피의 방세를 지불하며 이런저런 언쟁을 하였다.

그리고 형편없는 숙소 앞 노점에서 종일 볶음밥과 국수를 팔며 하루 몇번씩 경찰에게 사정없이 돈을 뜯기는 식당의 깡마른 주인, 그 가게의 길 바닥에 쭈구리고 앉아 그의 푸념을 들으며 단품 볶음밥을 꾸역꾸역 먹었고,

그 노점 옆에 앉아 종일 손님을 기다리는 늙은 인력거꾼, 땡볕에 밥그릇 하나를 놓고 하염없이 앉아있는 무수한 걸인들, 그 앞을 나는 늘 맥없이 지나쳤다.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밥을 먹는 것과 배설하는 것 그리고 기분이 좋을 때 활짝 웃는 것 밖에 없는 뇌성마비 청년, 

끝없이 배회하거나 넋을 놓고 웅크리고 앉아있는 치매노인들, 굶주린 아프리카 아이처럼 깡마르고 배만 불뚝 나온 15세 소년, 

종일 침상에 말없이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마더하우스'의 호스피스 병동사람들.....

산다는건 어쩌면 참 비루한 반면 매우 절실한 것이기도 하다. 누구나 살아가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 그 어느 삶인들 존엄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 그 곳에서 나는 늘 살아있다는 것과 밥을 먹고 산다는 것에 목이 메였다. 

인생 후반기 나의 삶은 이렇게 질퍽한 사람냄새, 절박한 삶의 냄새로 현기증나는 세상과, 한적한 시골이나 히말라야자락 오지, 명상센터 등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아직 어느 곳에도 뿌리를 박지 못하고 있다.

습관처럼 되어 버린 이 생활이 언제까지 지속될런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 시점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삶을 통해 무엇을 배우고 이해하며 얼마나 지혜가 생기느냐의 문제라고 믿기 때문에 그에 적절한 곳을 선택하는 것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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