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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불교&명상 이야기

아놀드 토인비와 아인슈타인의 불교관



아놀드 토인비(1889~1975)는 알다시피 20세기 가장 위대한 역사학자 중 한명이다. 영국 옥스포드대 교수였던 그가 세상을 떠나기 몇 년 전 옥스포드 학술회의에서 긴 연설을 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엔 수많은 학자들과 학생, 언론인들이 참석했다. 연설이 끝나자 누군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흥미로운 질문 하나를 던졌다. 

 

"아놀드경, 당신은 오늘날 가장 위대한 역사학자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만약 미래에 그러니까 200, 300년 뒤 역사가들이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건을 꼽으라고 한다면 무엇을 꼽을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차 세계대전이나 아돌프 히틀러의 대량학살일까요, 아니면 공산주의의 몰락 또는 여성 인권의 신장인가요? 우리 시대의 최고의 사건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러자 토인비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이렇게 말했다. "동양의 불교가 서양으로 건너와 기독교를 대체하는 일이지요." 너무나 의외의 답변 앞에 청중들은 할 말을 잃었다. 수군거림까지 있었다. 그날 그의 말은 생전에 남긴 대표적인 말로 기억되고 있다. 


그는 인간문명에 대해 방대한 역사를 썼고 수많은 칼럼을 썼으며 세계적으로 많은 연설과 강연을 했지만, 이제 많은 이들은 토인비 하면 그가 얘기한 '동양 불교의 서양 유입'을 먼저 떠올린다. 밀레니엄을 며칠 남겨놓지 않은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은 새로운 세기에 맞는 새로운 철학이 무엇인지 찾고 싶어 한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 지난 세기를 되돌아보며 즐거움보다는 회한이 더 많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경제적 진보는 이뤘지만 전쟁, 폭력, 환경 파괴는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미래는 어둡고 길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60억 명이 넘어버린 인구는 지구를 만원으로 만들고 있고 천연자원은 바닥나고 있으며 무절제한 소비와 쓰레기는 기후 패턴마저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지난 세기 이것을 '진보'라고 생각했다. 

 

지금 서양인들이 찾고 있는 새로운 세기의 철학은 동양사상이다. 미국과 유럽의 지식인들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신 사상인 동양사상에 심취해 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불교는 거대한 홍수처럼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베스트셀러 리스트인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 10위권 안에 지난 5년간 불교 관련 서적이 빠진 적이 한번도 없다. 헐리우드 스타들과 모델들에서부터 작가·예술가·철학자에 이르기까지 불교를 통해 상처와 문제투성이인 세상을 치유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앞으로 2년 안에 불교가 가톨릭, 이슬람교에 이어 세 번째로 신도가 많은 종교가 될 것이라고 한다. 폴란드·이탈리아·러시아에서도 불교 신자들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96년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스토리에서 미국 불교 신자 수가 적어도 1000만명이라고 추정했다. 지금은 그 이상일 것이다. 


미국에는 현재 불교 사찰과 명상센터가 3천여 개에 이른다. 토인비의 예언은 적확히 적중한 것이다. 서구 역사는 과학 발전의 역사다. 좀 더 나은 것, 좀 더 편리한 것, 좀 더 빠른 것을 위해 오직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왜? 무엇을 위해?"라는 질문 앞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금세기 위대한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미래의 종교는 우주적 종교가 돼야 한다. 그동안 종교는 자연세계를 부정해 왔다. 모두 절대자가 만든 것이라고만 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종교는 자연세계와 영적인 세계를 똑같이 존중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둬야 한다. 자연세계와 영적인 부분의 통합이야말로 진정한 통합이기 때문이다. 나는 불교야말로 이런 내 생각과 부합한다고 본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현대의 과학적 요구에 상응하는 종교를 꼽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불교'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바깥이 아닌 '내 안'에서 행복을 발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현각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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