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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불교&명상 이야기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

우리를 이루는 것, 세상을 이루는 것 - 모든 존재는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어린 시절 가장 두려웠던 상상 가운데 하나는 죽음이었다. 내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몸이 허공에 붕 뜨며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 들었다. 죽는 순간, 내 앞에 존재하는 이 모든 것들이 다 사라지고,나의 이런 생각, 느낌조차 없어진 다니. 이보다 더 황망한 일이 있을까? 하지만 물리를 공부하고 원자를 알게 되면서, 죽음을 다른 측면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죽음 뿐만이 아니다. 원자를 알게 되면 세상 만물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서양 철학사는 탈레스의 말로 시작된다. “만물의 근원은 물이다.” 철학 최초의 질문은 만물의 근원, 즉 물리에 관한 것이었다. 이 질문에 데모크리토스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유사한 답을 찾았다. “관습에 의해 (맛이) 달고 관습에 의해 쓰며, 관습에 의해 뜨겁고 관습에 의해 차갑다. 색깔 역시 관습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있는 것은 원자와 진공뿐이다.” 세상은 텅 빈 진공과 그 속을 떠도는 원자로 되어 있으며 나머지는 모두 관습,즉 인간 주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데모크리토스는 유물론자였다. 그는 세상 모든 것, 즉 영혼조차 원자로 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고대 그리스시대 철학자의 말이 실험과 수학으로 뒷받침되는 현대물리학과 같은 무게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가 핵심을 짚은 것은 분명하다. 우리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이 원자들의 모임에 불과하며 불멸하는 것은 영혼이 아니라 원자다. 사물이 가진 특성은 원자들이 배열하는 방식에서 나온다. 원자가 없다면 세상도 없다. 데모크리토스의 눈으로 본 세상은 허무하다.


원자들은 빈 공간에서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 거기에 어떤 목적이나 의미는 없다. 하지만 원자들의 기계적인 운동은 세상만사를 일으킨다. 지금 읽고 있는 이 문장은 종이에 인쇄되었거나 모니터 화면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이들 매체는 모두 원자로 되어 있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뇌 속의 신경세포들은 여러 가지 전기신호를 만들어낸다. 신경 세포도 원자로 되어 있다.


신경세포의 전기신호조차 원자로 되어 있다. 소듐과 칼륨이온이 신경세포의 세포막을 넘나드는 것이 전기신호다. 이들은 그냥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였을 뿐 거기에 어떤 목적이나 의도는 없다. 인간의 사유도 원자로 만들어진 몸에서 일어난 일이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으면 육체는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어린 시절 죽음이 가장 두려운 상상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원자론의 입장에서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흩어지는 일이다. 원자는 불멸 하니까 인간의 탄생과 죽음은 단지 원자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너무 슬플 때는 우리 존재가 원자로 구성되었음을 떠올려보라. 그의 몸은 원자로 산산이 나뉘어 또 다른 무엇인가의 일부분이 될 테니까. 모든 것이 원자의 일 이라는 말에 허무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허무함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그 순간에도 이 모든 일은 사실 원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이루어진다. 모든 것은 원자로 되어 있으니 원자를 알 면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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