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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진정한 자유란


<생소한 여행에서 얻은 것>

이번 여행에서는 페북에 쓸 글 조차 제대로 떠 오르지 않았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던 것도 아닌데, 도무지 쓸 것이 없었다.

매일 관광하고 맛집 찾아 다니고 밤에는 마시지 샵에다가 술 한 방울 마시지 않으면서 술자리에까지 앉아 있어야 했다.

여행 전문 가이드는 공식일정 끝나면 쉬기라도 하지만, 먹고 자고 즐기는 모든 일정을 함께 해야했다. 보고 느끼고 깨닫는 것이 없으니 글 쓸 것이 없는 건 당연한 것이다.

대신 잘 먹고 편하게 다니고 있다. 10여년의 내 여행 경력 중 이번여행에서 제일 좋은 숙소에 제일 좋은 음식에 제일 편한 교통 수단을 이용했다.

나와 다르다고 각을 세울 필요는 없다. 강물에 요강단지 비우듯 조건지어진 것에서 일어나는 마음들은 비워 버리면 그저 하나의 물일 뿐이다. 잘 난 체 해봐야 서로가 피곤한 일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고 중심만 잡으면 된다.

아무리 훌륭한 가치관이라도 쓸모가 없으면 일시적으로 던져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다섯 명이 먹고 놀자주의 여행을 하자는데, 나혼자 아무리 고상한 가치와 철학을 주장 해봐야 그것이 종교적신념이나 나라를 구하는 일이나 도둑질하는 짓이 아니라면 그저 고집이고 못난 짓일 뿐이다.

이 생소한 여행도 내일이면 끝난다. 다행히 함께한 사람 모두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눈치다. 처음으로 정반대의 사람들과 함께한 대중생활인 것이다. 쉽지 않았고 처음에 다소 갈등도 있었지만 이만하면 그렇게 옹졸하게 굴지는 않은 셈이다.

오래전에 읽은 숭산스님 저서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자유를 중시하는 어떤 청년이 머리를 길게 기르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자. 이 때 그의 어머니가 이를 못마땅히 여겨 이발을 권유하자 '싫어요, 이것은 내 자유예요'라고 한다면 그는 자유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가 머리기르는 것을 좋아하나 어머니의 권유를 받았을 때 '예, 깎을게요'라고 한다면 그는 작은 자유를 버리고 큰 자유를 얻은 것이다.

자유란 자유에 집착하지 않을 때 진정한 자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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