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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바로보는 불교_무념 스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젊은 스님은 금강경에 나오는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라는 구절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텅 빈 마음속에서도 생각을 하라’는 뜻인가?
‘생각이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고 알아차림을 유지하라’는 뜻인가?
‘집착이 없으면 마음을 활발하게 움직여도 진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라는 뜻인가?
육조 혜능 대사는 이 구절에서 깨달았다는데 나는 왜 이해조차 안 되는 것일까?
그는 아무리 궁리를 해도 해답을 찾지 못했다.

 

결국 젊은 스님은 자신의 지혜가 부족함을 느끼고 노스승에게 찾아가 여쭈었다.
“스님,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말이 정확히 무슨 뜻입니까?”

스승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 말은 번뇌가 많고 *아상(我相)이 강한 자들은 이해하기 힘든 구절이다. 마음이 어느정도 고요해야 이해가 된다.”

“그럼 저는 어떻습니까?”
“그대는 사마디(고요함)가 항상 있는가?”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항상 고요합니다. 어떨때는 텅 비어 있습니다.”
“사마디가 항상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마음을 정지시켜 놓고 텅 빈 상태를 너무 좋아하지 마라. 대상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것이 수행이 아니다.”
“스님, 붓다와 역대 선지식들이 대상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셨는데요?”
“그것은 잘못된 오해다. 대상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냉정함을 유지하라는 말이 아니다. 대상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막아놓으면 그것은 ‘죽은 마음’이라는 것이다. 그대는 ‘죽음에서 살아 돌아와야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있습니다. 그것이 ‘체(體)와 용(論)’이라는 말 아닙니까? 본체는 텅 비어 고요하지만 그 속에 활발한 작용이 있어야 한다는 말 아닙니까?”
“해설은 그럴 듯한데 이해하지는 못했다. 마음을 그렇게 정지시켜 놓으면 사유를 할 수 없고, 사유가 없다면 지혜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번뇌를 일으키라는 말은 아니다.”
“그것은 이해가 됩니다.”
“대상이 들어오고 그것에 마음이 반응하는 것을 막지 마라.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내버려두어라.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가운데 ‘알아차림(앎)만이 있을 뿐이다.”
“그것도 누누이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응무소주 이생기심’은 바로 그런 말이다.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에 ‘아
(我)’가 없다는 것이다. 오직 흐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라.’라는 말이 정확한 해석이 아닌데요?”
“그렇지. 그 안에 주체가 있어서 그것이 활발하게 마음을 낸다고 해석하면 오해가 일어난다.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마음을 일으키는 자는 없다.”

 

스승은 말을 이어갔다.
“그대는 신심명을 읽어보았는가?”
“네 읽어보았습니다. 첫 번째 구절은 외우고 있습니다.
‘지도무난 유혐간택(至道無難 唯嫌揀擇);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다. 다만 간택을 꺼릴 뿐이다
단막증애 통연명백(但莫憎愛 洞然明白); 다만 싫고 좋음만 없다면 확연히 명백하리라.”
“간택은 대상에 분별심을 일으켜 좋은 것이면 붙잡고 싫은 것이면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간택을 꺼릴 뿐이다.’라는 말은 대상에 마음이 반응하는 것을 막지 말고, 다만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붙잡고 거부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지?”
“알겠습니다. 마음이 반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다만 그 안에 ‘아
(我)’가 없다는 말씀이군요.”

스승은 노파심에서 한 번 더 나아갔다.
“그대는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라는 말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밥 먹고, 지금 일상의 삶이 곧 깨달음이라는 뜻 아닙니까?”


“핵심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도를 깨달으면 마음이 정지되어 반응하지 않고,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생각이 정지된 상태가 무념이 아니다. 무덤덤하고 반응이 없으면 목석이 된 것이다. 도를 깨달은 사람도 마음이 편할 때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고, 기쁠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 다만 그것을 붙잡거나 거부하지 않고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붙잡거나 거부하거나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아
(我)’가 없다. 이것이 ‘평상심시도’이고 평상심시도가 무념이다.”

 

“이제 정확히 이해되었습니다. 역대 선지식들은 모두 한결 같군요. 잘못 오해하면 공부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겠군요..”
“그렇다. 깨달은 사람들은 모두 일미(一味)다. 다른 말을 할 수가 없다. 이것을 정확히 이해해야 옆길로 빠지지 않는다."

 

주1) 아상(我相) : 

1. 몸과 마음에 실재의 `나'가 있고, 그것은 `나의 소유'라고 집착하는 생각. 
2. 자기의 처지를 자랑하여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는 마음.

 

Q & A

Q : 지혜란 무엇입니까?

A : 에고를 무너뜨리는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Q : 에고를 무너뜨릴 지혜가 무엇인가요? 붓다의 말씀? 우주의 탄생과 운행? 도덕률 내용과 윤회 빼면 무엇이 에고를 없앨 지혜입니까?

A : 무아(無我)! 내가 있어서 생각하고 행동할까요? 아니면 뭘까요? 이것이 뭘까요? 뭐 이런 것?


- 석무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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