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 박재희 옮김 도쿠가와 이에야스 : 이길진 옮김
5층 천수각 문을 열어젖히자 새파란 가을하늘이 비치는 요도 강 물줄기가 눈 아래로 구비치고 있는게 보였다. 그 앞쪽에는 하치만 숲이 둥그렇게 부풀어 있고 다시 그 너머에는 호라가 고개에서 멀리 야마토 산들이 바라보였다. 히데요시는 기분좋게 구로다 간베에를 돌아보았다. "저 산들이 완전히 단풍질 때까지는." 여기는 히데요시가 새로 쌓은 야마자키 성으로 아직 나무향내가 새롭고 벽의 흙냄새도 싱싱했다. 간베에는 여전히 웃는 듯 마는 듯한 애매한 표정으로 묻는 말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한다. "경치가 참 좋군요." 오늘 간베에가 찾아오자 히데요시는 다짜고짜 좋은 경치를 보여주겠다면서 시동도 데리지 않고 단 둘이 이곳으로 올라왔다. "간베에·······" "저게 추억의 길이로군요." "그게 문제가 아니야. 어떤가, 시바타는 역시 이에야스에게로 부지런히 사자를 보내고 있겠지?" 간베에는 히데요시를 흘끔 쳐다본 뒤 이번에는 분명 웃으며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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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층 텐슈카쿠의 문을 열면 푸른 가을 하늘을 비치는 요도가와의 물줄기가 눈 아래로 굽어보였다. 그 앞에는 둥그스름한 오토코야마 하치만 숲이, 다시 그 너머에는 호라가토게에서부터 멀리 야마토의 연봉이 바라보였다. "저 산에 완전히 단풍이 들 때까지는·······" 하시바 히데요시는 즐겁다는 듯 쿠로다 칸베에를 돌아보았다. 그런 뒤 시동도 거느리지 않고 단둘이 새로 지은 이 텐슈카쿠에 올라왔다. "저것이 추억의 가도로군요." |
《대망(大望)》은 1970년 봄, 동서문화사가 시리즈로 번역, 출판하기 시작한 일련의 일본대하역사소설들로 1~12권 1세트, 13~24권 2세트, 25~36권 3세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1세트가 가장 유명한데 보통 소설 《대망(大望)》이라 하면 이 1세트를 의미한다. 2,3세트는 1세트와는 연결되지 않는 후대의 이야기인데다 다른 작가가 쓴 다른 작품들인데, 미야모토 무사시,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등의 인물들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들이다.
대망》(1세트)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를 중심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 등이 15세기 중엽에서 16세기 말엽에 걸친 일본의 난세를 평정하고 통일을 이뤄내는 파란만장한 역사에서 소재를 가져온,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의 대하소설 《德川家康》을 박재희 외 몇몇이 완역한 것이다.
‘대망(大望)’은 본래의 책제목인 ‘德川家康(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한국 정서를 고려하여 김천운 선생이 다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지은 죄가 많아 예로부터 우리국민들의 반일감정은 상당하며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와 정당성이 있다. 이 책에서 일본을 통일한 영웅으로 등장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이고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와 이토 히로부미까지 일본인들이 흠모하는 영웅들은 우리에게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로 여겨진다.
아베 정권은 ‘강한 일본’의 기치아래 그들의 추악한 과거역사를 부정하며 우경화를 치닫고 있고 박근혜 정권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정신적, 문화적 유산 아래 민주화를 후퇴시키고 있다. 두 정권 모두 역사를 비틀려 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진 자국 내에서 인기가 좋다. A급 전범이었던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를 비롯한 일제 군국주의 인물들이 영웅으로서 일본보수우익의 존경을 받고 있고 B급 친일파였던 박정희는 군국주의의 말석을 차지했던 반도의 황군 출신으로 근대화 영웅, 반신반인으로서 한국보수우익의 존경을 받고 있다.
일본 천황의 교육칙어를 흉내 낸 박정희의 국민교육헌장, 일본의 명치유신(維新)에서 이름을 따온 10월 유신, ‘하면 된다’로 요약되는 일본식 군대문화 등을 보면 박정희와 박정희 정권의 주도세력이 일제 식민주의, 군국주의의 정신과 문화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만주와 일본사관학교에서 접했던 일본식 교육과 이후 황군 장교로서의 군 생활의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우익에게 ‘강한 일본’의 전성기인 일본 군국주의 시대는 영광의 역사다. 한국우익에게 민주와 인권의 희생 위에 군대식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박정희 시대는 영광의 역사다. 한국우익은 일본우익의 아류로서 이 둘은 일종의 정신적, 문화적 근친관계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같은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다른 가지, 곧 동근이지(同根異枝)다. 한국의 우익에는 민족이란 것이 빠져 있으니 친일이라고 부를 수는 있어도 보수라고 부르기엔 어폐가 있는 것이다.
박정희가 안가(安家) 대소연회에서 엔카, 즉 일본대중가요를 즐겨 불렀다고도 하는데 ‘견마(犬馬)의 충성을 다하리라’ 맹세했다던 그의 혈서내용으로 보자면 박정희는 일본우익의 입장에서는 천황이나 일본 우익영웅들이 총애하는 애마나 애완견으로 여겨진대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일본인보다도 더 일본인이고자 했던 조선인! 일본 우익이 보기에 이 얼마나 기쁘고 흐뭇한 일이겠는가!
도쿠가와 이야에스와 대망만큼 비교하는게 어려운 책도 없을 것이다. 너무 장대한 소설이기에 한번 읽기에도 벅찬데, 두개의 출판사를 모두 읽고 분석하는것은 쉽지 않다. 본인은 특별한 사정으로 인하여 대망을 읽다가 중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연결해서 읽고 다시 대망을 읽어 봄으로써 두개의 소설을 어느정도는 신빙성 있게 비교분석을 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소설을 읽고자 하고, 또는 사고자 하는데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 있다면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먼저 두개의 번역상의 차이점을 말해보겠다. 솔직히 말해서 번역상의 차이점은 거의 없다. 둘다 완역본이기 때문에 번역의 질이라든가. 번역의 정확도라든가, 번역하고나서의 내용의 양이라든가 큰 차이는 없다. 같은 소설이고 출판사가 다르지만 번역상 미묘한 차이점을 말하자면 단어 선택 등에서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번역상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생각하였다.", "고려하였다" 처럼 의미는 같지만 단지 단어 정도만 다른 정도의 번역상 차이점이 있다. 그러나 이 단어 선택적인 면이 이 소설을 읽는데 중요한 변수이다.
대망은 웬만하면 모든 단어들을 한국어로 번역을 하였다. 하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일본어 그래도 쓴 경우가 많다. 물론 번역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한국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일본에만 있는 고유명사들을 일본어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일본어들이 어려번 나와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이러한 일본어에는 윗첨자로 표시를 해놓고, 책 뒷부분에 그러한 단어들을 모아놓고 설명한 부분들이 있다. 그래서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지만, 매번 일본어가 나올때마다 책 뒷부분을 왔다갔다 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책을 쭈욱 끊김없이 읽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는 큰 단점이라 할 수 있다. 대망은 이런 불편한 점이 없다.
이번에는 도쿠가와 이야에스의 장점을 말해보자. 대망은 모두 12권으로 일본 지도가 1권 첫부분에 딱 2장 나온다. 일본 전체 지도와 도쿠가와의 어린시절 지역의 확대 지도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지도가 나오지 않는다. 반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총 32권으로 매권 마다 해당 내용의 지도가 참고자료로 들어가 있다. 지도뿐 아니라 전투가 있을 때에는 군사의 이동경로라든가, 군사의 배치도도 있기 때문에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좀더 수월하다. 대망을 읽다보면 지역의 이름들, 영주의 이름들, 성의 이름들, 도시의 이름들이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이런 것들이 도대체 일본 어디에 붙어 있는지, 전투가 있는데 전투가 어떻게 이루어 지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에는 참고자료로 지도와 전투배치도 그림을 있어서 내용을 좀더 깊게 이해하는데 좋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는 지도 뿐 아니라 등장인물을 요약해 놓은 부분도 있고, 그 시대의 갑옷이나 물품들이 사진자료로 첨가되어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 요약이야 책을 읽다보면 알 수 있는 내용이고, 사진같은 참고자료도 내용의 이해를 높이는 사진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별히 장점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하여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는 대망보다(딸랑 지도 2개) 참고자료들이 많이 담겨져 있다.
책은 대망이 싸다. 분량은 똑같지만 책 한권의 훨씬 두껍고 페이지 수당 글자수도 많아서 대망이 권수가 적다. 책 가격이 상당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점도 빼놓을 수 없는 점이다. 솔직히 도쿠가와 이야에스와 대망의 표지는 둘다 구리다. 더 구린것을 고르라 한다면 대망이다. 대망 편집자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상한 그림(정말 이상한 그림)을 표지로 사용한 권수가 상당하다. 앗싸리 매우 심플한 도쿠가와 이야에스의 표지가 낫다.
* 사진은 대망 2015년판 이전 판의 표지.
이 소설을 가장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각 권의 첫부분에는 지도와 전투 배치도와 같은 참고자료가 있으니 이 부분을 복사한다. 그리고 책은 대망으로 읽는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모르는 단어가 나올때마다 뒷부분을 들추어야 하기 때문에 읽기가 상당히 불편하다. 그리고 대망만 읽자니 지도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 지역과 성, 도시, 영주, 전투가 상당히 많이 나오기 때문에 단지 글로만 이해하기 보다는 지도를 통해서 보면 훨씬 이해가 쉽다. 결국 어느 하나를 버릴 수 없다는 것인데, 음....
가장 효과적으로 읽으려면 대망을 사서 읽고, 도서관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지도와 배치도를 복사해서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굳이 절대적으로 딱 하나만 선택해서 봐야 한다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어야 하겠다. 하지만 모르는 단어가 나올때마다 뒷부분을 매번 펼쳐야 한다는 불편함을 감수하여라. 아~ 그리고 대망은 사람이 이름을 거의 하나로 통일해서 사용하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한 사람의 이름이 다양하다. 러시아 소설을 읽어본 사람들이라면 이 말을 알 것이다. 이점도 좀 불편하다.
* 사진은 '도구가와 이에야스' 첫부분에 나오는 지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 막부의 초대 쇼군이다. 어린 시절 오다 가문에 이어 이마가와 가문에서 인질생활을 했으며, 성인이 된 후에는 이마가와 가문의 가신으로 활동했다. 가주인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오케하자마 전투에서 전사한 것을 계기로 이마가와 가문과 결별하고 독립했으며, 이후 오다 노부나가, 그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 밑으로 들어가 묵묵히 힘을 길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 후 세키가하라 전투를 통해 전국의 패권을 쥐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에도 막부를 열었다. 이후 오사카 성 전투를 통해 히데요시 가문을 멸망시켰고, 이로부터 메이지 유신까지 약 260여 년에 걸쳐 평화로운 시대가 이어졌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 1543~1616
일본인들이 존경하는 인물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민족영웅
아래는 소설 [大望]을 읽기 위한 배경 요약입니다. 1권의 관문만 잘 통과하면, 그 다음부터는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일본사를 배운 게 아니라, 이것저것 대충 짜집기하였으니, 오류 가능성이 높습니다.
※ 솔 출판사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앞부분에는 소설 내용을 이해하기에 좋은 지도가 나와 있어서 도움이 된다.
등장인물 요약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