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dikey
1. 서론
홈브루잉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전체곡물 작업을 하고 싶어도 쉽사리 손을 못 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재료구입의 어려움, 양조 장소 문제, 가족의 결사 반대, 시간 투자, 장비 구입 비용 등등이 있을 수 있겠지요.
저같은 경우도 바로 위에 열거된 이유로 인해서 홈브루잉을 알게된 뒤로도 근 1년 동안 '내 주제에 양조는 무슨 양조'라고 입버릇처럼 떠들며 그저 남들이 만든 맥주를 얻어먹곤 했었지요.
전체곡물에 쉽게 접근하기 위한 한가지 방법은 공방을 이용하는 것인데 공방을 이용하면 양조 장소와 가족의 반대, 그리고 장비 구입 비용 문제가 단 한 방에 해결이 됩니다. 하지만, 지방에 거주하거나 공방에 가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언젠가 여건이 되면 만들어야지... 만들어야지... 되뇌이다가 시간이 흐르면 결국 홈브루잉 자체에 흥미를 잃게되어 급기야 이 바닥에서 떠나가는 경우를 주변에서 왕왕 보게 됩니다.
그러한 연유로 홈브루잉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어려운 여건을 딛고 보다 쉽게 전체곡물에 접근할 수 있는 기법을 소개합니다.
2. BIAB 란?
BIAB는 Brew in a Bag의 약자로 직역하면 "하나의 자루 안에서의 양조"를 의미하는데 글자 그대로, 양조의 전 과정, 당화부터 보일링까지 하나의 통(스텐레스 식깡)에서 마치는 것입니다.
BIAB가 기존 양조방법과 가장 차별화되는 큰 특징은,
기존 양조방법이 2개의 식깡, 즉, 당화조와 자비(보일링)조를 필요로 하는 반면, 1개의 식깡으로도 양조가 가능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번거로우며 맥주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라우터링과 스파징 과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라는 점입니다.
BIAB 자체는 사실 그다지 혁신적이지도 않고 최신 기법도 아닙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가지 형태로 알려져 오고 실제로 쓰여오던 기술이였지요. 다만 전체곡물을 보다 쉽게 접근하기 위한 툴로서 최근 몇 년 사이에 해외 브루어들 사이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기법일 뿐입니다.
말로만 들으면 이해가 안 가실 것 같아서, 일단 BIAB의 기본 과정을 간단한 그림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전통적인 홈브루잉 방법을 아시는 분은 이해가 훨씬 빠르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대강은 이해가 가실 겁니다.
클릭하면 커지지만 그림 솜씨는 Aㅏ............
이해가 가시는지요?
도표로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시간 단축되는 것은 알겠는데, 그래도 많은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시나요.
아직도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해서 이렇게 접근을 해보겠습니다.
3. Brew in a Bag을 위한 장비
1) 몰트밀
홈브루어들의 3대 로망중 하나인 몰트밀.
국내 서플라이어인 비어스쿨에서 핸드밀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고가의 몬스터밀을 외국에서 수입해 올 수도 있고, 아니면 동네 방앗간에 부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허구한날 맥주 만들것도 아닌데 몰트밀 들여놓기도 뭐하고 설령 몰트밀이 있다고 해도 집에서 갈면 팔아프지 몰트가루 날리지 자칫하면 시작하기도 전에 집에서 쫒겨나기 십상입니다.
여기에 좋은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몰트를 구입하실 때 파쇄를 해달라고 요청하면 되지요.
국내 서플라이(비어스쿨,굿비어)에서는 곡물의 양에 따라 3~5천원 정도의 비용으로 분쇄가 가능합니다. 마찬가지로 해외서플라이에서 구입하실 경우에도 몰트 분쇄(crushed) 구입이 가능합니다.
전문 서플라이어들이 맥주 양조를 위한 최적의 상태로 곡물을 파쇄해주며 따라서 몰트밀이 필요없어집니다.
2) 당화조
홈브루잉용 당화조 하면 보통,
이렇게 온도계 달리고 밸브 달리고 바닥 스크린이 달린 삐까뻔쩍한 당화조를 떠올리시게 될 겁니다.
하지만, BIAB에선 굳이 이런 거 필요 없습니다. (물론 있으면 더 좋긴 합니다)
그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느 집에나 한 두 개 정도는 있을만한,
스텐레스 식깡, 혹은 국통이라고 불리는 이런 것을 원하시는 배치 사이즈에 맞게 준비하시면 되고,
위 제품같은 경우 가정용 가스렌지에서 쓸 땐 높이가 높아서 작업이 힘드므로,
스텐레스 소도아라고 불리는 이런 옆으로 퍼진 놈을 구매하시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온도계는 싸구려 수은 온도계 하나 사서 매싱할 때 몇 번 꽂아보면 됩니다.
볼 밸브는 있으면 편리 하지만, 사이펀을 이용하면 간단히 대체 가능합니다. (전통적인 방식에서는 라우터링 스파징을 위해서 볼 밸브가 있어야 합니다.)
이 정도면 당화조와 자비조는 한 번에 해결이 됩니다.
3) 곡물망
BIAB의 핵심이 사실 곡물망인데,
곡물망은 보통 폴리에스테르 백을 사용하는데, 어느 정도 적당히 거칠면서(coarse mesh) 젖은 곡물이 비집고 나오지 않고 잘 품을 수 있을 정도의 망을 가져야하며 원하는 만큼의 곡물을 담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되야하고 곡물+곡물이 품은 수분의 중량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야합니다. 그리고 망을 당화조 손잡이에 고정시킬 수 있게 끈이 달려있어야 겠지요.
능력이 되시면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곡물망을 국내에서 찾아도 좋겠지만, BIAB용으로 검증된 곡물망을 해외서플라이 구입하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망 자체의 가격도 그다지 비싸지도 않지만 한 번 사면 몇 번이고 반복해서 써도 되기 때문에 경제적입니다. 망을 구입하실 때 어떤 제품은 대단히 촘촘하거나(fine mesh:호핑용 - 망이 너무 촘촘하면 윗 그림에서 5번 공정, 즉, 곡물망에서 워트를 추출할 때 엄청난 시간이 걸립니다), 망 자체의 사이즈가 작아서 곡물이 3-4kg 이상은 안 들어간다던가 하는 것들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저같은 경우엔 노던브루어에서 나름 평이 좋은 Brewmaster Filter Bag라는 것을 구입했습니다.
http://www.northernbrewer.com/shop/brewmaster-filter-bag-214-214.html
4) 워트 칠러
워트 칠러도 홈브루어라면 당연히 갖춰야할 장비이긴 하지만, 역시 구입하기는 만만치가 않지요.
마침 다행히도 요즘 겨울이고 날씨가 춥습니다. 매일 영하를 찍고 있지요.
이 정도 날씨면 집 밖에 30분 정도만 방치해두어도 충분히 온도 내려갈 겁니다. 날씨가 따뜻하다면 욕조에 얼음과 소금을 붓고 발효조를 얼음찜질 해주는 방법도 있지요. 실제로 많이 쓰는 방법입니다.
정리하면, BIAB를 위해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것은,
1. 스텐레스 식깡 1개 : 당화조/자비조 겸용
2. 곡물망
3. 발효조
4. 기타 필수 비품(온도계,사이펀,비중계)
대략 이 정도로 전체곡물을 위한 기본 준비를 끝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참고로 해외서플라이어에서는 아래 링크와 같이 BIAB 스타터 킷트를 팔기도 합니다.
http://www.northernbrewer.com/shop/biab-3-gallon-system.html
그러면 다음 회에서는 BIAB 방식으로 실제 작업하는 요령과 BIAB의 장점과 단점, 허와 실에 대해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