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배낭여행, 미얀마. . .

며칠간 오토바이 빌려 타고 바간의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이름없는 파고다 곁 나무 그늘에서 한나절 명상에 들기도 하고 낮잠도 자면서 조용히 즐겼다.

현지인 마을을 누비며 뛰노는 아이들과 장난도 치고, 모여있는 아낙네들과 손짓, 몸짓으로 한바탕 웃기도 하고, 사나운 개들과 기싸움을 한판 벌이기도하며 바람난 수캐처럼 돌아다녔다.

골목길에는 마침, 어린 스님들이 탁발을 하고 계셨다. 맨발로 서서 따뜻한 밥을 퍼주는 불자들이나 의젓하게 가사를 수하고 맨발로 다니며 밥을 받는 어린 스님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였다.

공양물을 준비하지 않은 터라 급히 오토바이를 몰고 동네를 뒤진 끝에 다행이 작은 구멍가게를 찾았다. 급한 김이라 정성은 부족했지만 예의를 다해 공양을 올렸으나, 어린 스님들의 머리에 핀 마른 버짐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문득, 수년전 미얀마에서 잠시 출가하여 탁발하던 때가 떠 올랐다. 그 때 받은 탁발의 경험은 수행하는 내내 얼마나 신심을 북돋우고 대분심을 불러 일으켰던가?

비록, 가난하지만 부처님 법이 살아있고 법답게 사는 미얀마 사람들에게 한없는 애정과 존경을 금할길 없으며, 먹여주고 재워주면서까지 부처님의 바른 법을 가르쳐주고 수행을 지도해 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지 고민해야 할 과제이다.

어쨌거나 혼자서 하는 여행은 감당해야 할 것이 많다. 우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니 버스, 택시, 릭샤 같은 것들을 수시로 타야 하고, 그 외 먹고 자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낯선 곳에서 닥치는 예상치 못한 일들과 익숙치 않은 일상을 헤쳐나가는 것들은 그동안 공부를 점검하고 실참하는 좋은 재료가 된다. 그리고 수시로 찾아드는 외로움과 적막함도 잘 모시고 다녀야 한다.

그러나 참으로 자유롭고 홀가분하다. 
여행에서 감당해야 할 것들이 동행이 둘이면 1/2로 줄어들고 셋이면 1/3로 줄어들겠지만, 누리는 자유는 그만큼 줄어든다. 동행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최소한 그 사람과 관계에서는 기존의 내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홀로 여행은 기존 모든 관계와의 단절이다. 이 낯선 땅에 '나'라는 존재를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으니, 여기서의 나는 기존의 내가 아니어도 좋다. 평생을 붙잡고 다녀야 할 고정불변의 나라는 것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이름을 개똥이에서 월리엄으로 고쳐부르든 치마를 입고 다니든 수염을 석자 정도 기르든 누가 알리도 없고 관심두는 사람조차 없다. 에고의 절멸을 즐겨도 좋고 또 다른 에고로 갈아타도 좋다. 

이 모든 선택지의 중심에 서서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는 것을 다만 즐길 뿐이다.



맨 위로 맨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