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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미얀마에 스며들다

배낭 꾸려서 집 나온지 며칠 되었다. 그간 미얀마를 그렇게 들락거려도 위파사나 명상센터로 직행한 관계로 제대로 여행 한번 해보지 못했다. 

이번엔 양곤에서 잠깐 선원에 들렀다가 바간으로 왔다. 택시 1시간 30분, 버스 10시간, 마차30분 걸렸다. 택시는 에어컨이 없어 몹시 더웠지만 택시비가 너무 싸서 미안했고, 버스에서는 잘 잤고 컴컴한 새벽에 탄 마차는 재미있었다.

여느 때처럼 현지인 마을 주변의 배낭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싼 게스트 하우스를 잡았다. 

골목에는 미얀마분들이 이용하는 길거리 음식이 늘려있고 태생이 빈촌인지라 아무거나 없어서 못먹는 체질이니 어디를 가던 먹고 사는데는 지장없다. 

손으로 파리떼를 쫓으며 먹던 인도의 로컬식당에 비하면 감지덕지이고, 더구나 미얀마 음식은 명상센터에서 이골이 나도록 먹은 탓에 마치 고향 음식을 만난듯 하다.

10여년 전과는 많이 달라진듯 하지만 그래도 장사꾼들의 턱없는 바가지는 없고 사람들은 순박하다. 발 길 닿는 곳마다 절이고 불교유적이며 신심깊은 사람들이니 불국토가 따로 없다.

시원한 그늘 한 자락 내주는 이름모를 동네의 나무밑이나 곳곳에 널려 있는 절이나 유적의 한 켠을 차고 앉아 명상을 하든 낮잠을 청하든 누가 뭐라는 사람도 없다.

해질 무렵 '이라와디' 강변에 앉아서 바라보는 석양도 아름답고 고즈넉히 찾아오는 낯선 곳의 쓸쓸함도 친구처럼 다정하다.

가는 곳 마다 불심 지극히 넘치는 순박하고 거룩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부처님 법과 함께 하니 순간순간 여여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언제부터인가 이름난 관광명소, 트래킹, 투어 등등 흔히 여행에서 하는 것들에 관심이 멀어졌다. 어느나라든 이름없는 곳, 외국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좋다.

그리고 기왕이면 조용하고 한적하며 그들만의 문화와 생활방식이 잘 보존 된 곳이 좋다. 먹는 것도 외국인들을 위한 레스토랑 보다는 로컬식당이나 노점에 앉아서 먹는 음식이 맛있으며 값이 너무 싸서 송구스럽고 행복하다.

왁지껄한 관광명소의 상업적인 웃음과 친절보다 현지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는 얼마나 아름다우며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얼마나 정겨운가 ?

그 곳 시장의 생동감 넘치는 삶의 모습, 낯선 골목의 담장사이에 화들짝 핀 꽃, 이름 모를 강가에서 맞이하는 저녁노을은 또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을 자아내는가?

가끔, 이게 그냥 여기 사는 건지 여행하는 건지 잘 모를 때가 있다. 무슨 상관이겠는가? 내 방식대로 살며 내 방식으로 즐기면 될 것을. . .

산도 좋고 강도 좋고 바람도 좋으니 처처에 꽃이로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 .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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