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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두 달 간의 배낭여행, 또 짐을 꾸리며


사람들은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생각과 방식으로 살고 있습니다.

여행에 대한 생각과 방식도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어떤 이는 비루한 일상을 떠나 뭔가 럭셔리하고 품위있는 풍경을 그리며 가방을 쌉니다.

어떤 이는 멋진 경치와 맛있는 음식과 액티비티를 즐기기 위해 떠나고, 또 어떤 이는 뭔가를 배우고 느끼고 이해하기 위해 떠나기도 합니다.

여행의 방식도 아주 고급스런 크루즈 여행부터 먹고 자고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패키지로도 가고, 또 어떤 이는 배낭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값싼 게스트하우스를 전전하는 여행도 있습니다.

그 어떤 가난한 나라의 헐벗은 사람들을 보는 시각도 달라 어떤 이는 지금의 자기를 참 다행으로 여기며 자족함을 배우고, 어떤 이는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탓하고 또 어떤이는 깊은 연민의 마음을 품기도 합니다.

또한, 여러 나라를 많이 다니며 몇 개국을 다녀왔느냐를 중요시 여기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이는 선호하는 몇 나라를 집중적으로 다니며 뽕을 뽑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어떤 것이던 여행은 참 즐거운 것 입니다. 한 개인의 삶이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듯이 여행의 목적이나 방식도 다 존중되어야 하고 모두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겠지요.

저는 지금까지 여행을 조금하면서 처음 몇 번을 제외하고 전부 배낭여행으로 하였습니다. 오로지 홀로 여행하였지요. 

영혼의 의지처를 갈구하던 시절 인도와 아시아 각국을 여행하다 미얀마에서 ‘위파사나’ 명상에 그만 홀딱 빠져서 몇 년에 걸쳐 명상센터만 오고 갔습니다. 

그리던 도중 인도로 갔습니다. 인도에 가니 너무도 열악한 환경에 너무도 참혹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들과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나만 잘 먹고 잘 살 산다는 것이 참 미안했습니다. 

최소한의 밥값이라도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콜카타와 라다크에서 봉사도 조금하며 여행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보니 인도를 아홉 차례 정도 드나들며 인도에 머문 시간이 연 2년 반 정도 흘렀습니다. 이 때 미얀마 선원에서 안거를 나고 인도에서 만행과 실참을 하는 격이 되었는데 참 좋은 시절이었습니다.

한 세월 지나니 여행도 시들하고 좀 쉬어가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에 올 해는 고향 땅에 조그만 집을 하나 지었습니다. 텃밭도 일구며 세상일과 떨어져서 조용하게 사는 것도 참 좋더군요. 그러다 보니 한 해가 뭉텅 지났습니다.

오늘 습관적으로 배낭을 쌌습니다. 직장 다닐 때 삶이 비루해 지면 무작정 배낭을 싸놓고 바라보는 것만 해도 좋았지요.

여행은 그 자체도 행복하지만 배낭을 꾸릴 때 더욱 행복한 것 같습니다. 그 행복에는 약간의 쓸쓸함과 두려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혼자서 개척해 나가는 여행이기 때문이지요.

발길은 또 일단 미얀마를 향합니다. 오랜만에 마하시 명상센터를 들러 고마운 분들께 인사도 드리고 수행도 좀 하다가 또 만행을 떠날 겁니다.

이러다가 퇴직 후 꿈꾸던 세계여행은 아마도 물 건너 갈 것 같습니다. 뭐, 그러면 또 어떻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살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두 달 정도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발길 닿는 대로 흘러다닐 것입니다.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겠지요. 기대하고 갔던 어떤 곳에서는 실망하고 예상치 못했던 어떤 곳에서는 탄성을 지를 수도 있겠지요. 

때론 장사꾼에게 사기를 당하고 물건을 샀다가 속기도 하고 형편없는 숙소에서 바퀴벌래와 눈을 마주치며 친구삼기도 하겠지요. 즐거운 일도 있고 때론 힘들고 지치고 외로울 때도 있을 겁니다. 

그 어느 것 하나 우는 소리 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 볼 작정입니다. 여행이 곧 삶이고 수행이니까요. 

종종 소식 띄우겠습니다.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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