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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소울 케어 - 영혼의 돌봄


여행 갈 때 책을 들고 가지 않는 편이다. '세상이 곧 책'이라서가 아니라 여행지의 책방에 들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델리와 콜카타의 옥스포드 서점이나 북웜(책벌레), 맨해튼의 스트랜드 북스토어, 도쿄의 준쿠도, 카트만두의 필그림즈 같은 독특한 책방에서 책을 뒤적이며 하루이틀 보내는 것은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기쁨이다. 내전이 한창이던 스리랑카의 소도시에서 책방을 발견했을 때의 안도감을 오래 기억한다. 내가 지금까지 번역 소개한 명상 서적들은 거의 여행지의 서점에서 만난 책들이다.

오래된 서점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지만, 옷가게나 휴대폰 매장으로 바뀐 그곳들에 가면 그 안에서 책장을 넘기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어른거린다. 우리가 잠시나마 시간을 보낸 장소에는 우리 영혼의 일부가 남는다고 프랑스 소설가 파트릭 모디아노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에 썼다. 책에도 영혼이 담긴다. 그 책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의 영혼이.

지난번 여행 때 델리 칸마켓의 서점에서 산 토머스 무어의 『영혼의 돌봄(Care of the Soul)』은 여행 내내 좋은 독서가 되었다. 열네 시간 연착한 기차를 기다리는 대합실에서 그 책을 읽은 것 자체가 영혼의 돌봄이었다. '영혼의 돌봄'은 말 그대로 영혼을 보살피는 것이다. 몸을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듯이 자기 영혼에 자양분을 공급하며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심리 치료사이며 10년간 가톨릭 수사로 살기도 한 무어는 마음의 문제가 영혼을 돌보지 않는 데서 온다고 말한다. 우리는 바디 케어에는 열중하면서 소울 케어는 지나칠 만큼 무관심하다. 영혼을 소홀히 하면 의미 상실, 무기력, 관계에 대한 환멸, 자기 비난, 폭력성과 중독 증세가 나타난다. 무어에게 심리 상담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겪는 고통은 영혼을 돌보지 않아서 생긴 병이었다. 삶에 생기를 주는 중요한 부분을 잃었기 때문에 영혼이 아픈 것이다.

'돌봄'이란 단어의 라틴어 어원은 '쿠라(cura)'이다. 쿠라는 보살핌(care)과 치유(cure)의 의미 둘 다 갖고 있다. 플라톤은 영혼의 돌봄을 '삶의 기술'이라 했다. 정원 학교를 세우고 주로 텃밭에서 철학을 가르친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자신의 영혼에 관심을 기울이기에 너무 이르거나 너무 늦은 시기는 없다."라고 말했다.

무어의 책에는 이런 일화가 나온다.
어떤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와 다투고 나서 경솔하게 여자를 비난하며 헤어지자는 편지를 쓴다. 편지가 도착하기 전에 남자는 여자에게 전화를 걸어 그 편지를 읽지 말라고 말한다. 여자는 편지를 받고 나서 바로 찢어 버린다. 그리고 호기심을 느껴 휴지통에 버린 편지 조각들을 보니 남자가 쓴 글자와 단어들이 보인다. 하지만 여자는 유혹을 이기고 휴지통을 비워 버렸고, 두 사람은 다시 사랑하는 관계로 돌아온다. 두 사람 다 '영혼의 돌봄'을 선택한 것이다. 구덩이에 빠졌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구덩이를 더 파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얼른 빠져 나오는 일이다.

마음에서 문제를 내려놓는 연습도 영혼의 돌봄에 해당된다. 한 목수가 농장 주택 보수하는 일에 고용되었다. 첫날부터 문제가 많았다. 나무에 박힌 못을 밟아 발바닥을 다치고, 전기톱이 고장나 시간이 지체되었다. 낡은 트럭은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그날 저녁 사장이 집까지 태워다 주는 동안 조수석에 앉은 남자는 무거운 침묵에 잠겨 있었다.

집에 도착한 남자는 가족을 인사시키기 위해 사장을 집 안으로 초대했다.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남자가 작은 나무 옆에서 걸음을 멈추더니 두 손으로 나뭇가지 끝을 어루만졌다. 현관 문을 열 때 그는 완전히 다른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그을린 얼굴은 미소로 밝았으며, 달려오는 두 아이를 껴안고 아내에게는 입맞춤을 했다.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나무 앞을 지나가면서 호기심을 느낀 사장이 좀전의 행동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남자가 말했다.
"아, 이 나무는 걱정을 걸어 두는 나무입니다. 일하면서 문제가 없을 수 없다는 걸 나는 압니다. 하지만 그 문제들을 집 안의 아내와 아이들에게까지 데리고 들어갈 순 없습니다. 그래서 매일 저녁 집에 오면 이 나무에 문제들을 걸어 두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그 문제들을 가지고 일터로 갑니다. 그런데 아침에 나오면 문제들이 바람에 날아갔는지 많이 사라지고 없습니다."

사소한 일상의 문제들을 영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는 습관을 멈춰야 한다. 영혼이 순수한 기쁨과 웃음을 잃기 때문이다. 영혼을 일구고 가꾸는 일은 자신 안에 깃든 영원성에 다가가는 일이다. 영혼의 일부는 시간 속에서 살아가지만 일부는 놀랍게도 영원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영혼을 돌보기 위해 당신은 무엇을 하는가? 영혼의 돌봄에는 명상이나 독서뿐 아니라 여행, 예술 활동, 자연과 가까워지는 일도 포함된다. 건강한 음식, 만족스러운 대화, 기억에 남을 뿐 아니라 감동을 주는 경험들도 영혼에 자양분을 준다. 또한 예술 감각을 갖는 것, 예를 들어 차 한 잔을 마시는 것과 같은 평범한 행위를 예술 감각을 가지고 수행하는 것은 영혼을 성장시킨다. 예술은 세계를 더 심층적으로 보게 하기 때문이다. 예술적인 삶은 물건을 살 때도 영혼을 지니고 선택한다. 그것은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대신 숲을 거닐기로 결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렇듯 영혼의 돌봄은 일상생활이나 행복의 추구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게 한다.

영적 교사 마리안 윌리엄슨은 말한다.
"당신에게 시간이 멈추었을 때,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고 쉬고 있을 때, 산이나 호수나 바닷가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을 때, 또는 그저 꽃 한 송이를 바라보고 있을 때, 또는 그림이나 조각 작품, 아름다운 정원을 보고 멈추었을 때, 또는 누군가의 얼굴을 보고 멈추었을 때, 그 한순간 영혼은 영원이라는 자양분을 얻는다."

우리는 새로운 세계에 살고 있지만 우리 자신이 얼마나 오래된 영혼인지 모른다. 영혼을 보살핀다는 것은 자신의 내적 삶에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영혼을 가진 육체가 아니라 육체를 가진 영혼임을 아는 것. 우리의 육체뿐 아니라 영혼도 날마다 돌봄이 필요하다.


art credit_Miren Asiain L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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