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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나의 글 쓰기


'작가(writer)는 글을 쓰는 사람이며, 기다리는 사람은 웨이터(waiter)이다’라는 말은 나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한때는 주로 밤에 글을 썼지만 새벽에 글을 쓴 지 오래되었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20분 명상을 하고 오후 3시까지 글을 쓰고 번역을 한다. 나는 타고난 재능을 지닌 작가나 번역가가 아니기 때문에 매일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첫 문장이 마음에 안 들거나 한 단락도 완성하지 못해 오전을 다 보낼 때도 있다.

여행 중에도 거의 예외가 없다. 새벽 기차 안에서 글을 쓴 적도 많다.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렸다면 한 편의 글도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라톤 선수가 달리기가 쉬워서 달리는 게 아니듯 글쓰기가 쉽다면 아마 나는 글을 쓰지 않았을지 모른다. 인생의 모순이다. 글쓰기가 너무 어려워서 계속 쓰고 있는 것이다. 그만 두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글을 쓰지 않으면 다른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상상력이 완전히 고갈되지 않는 한 내가 무턱대고 할 수 있는 일이 글 쓰는 일인데.

글을 잘 쓰는 비결을 묻자 『톰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나 자신이 글 쓰는 데 소질이 없음을 발견하는 데 15년이 걸렸다. 하지만 글쓰기를 포기할 수 없었다. 계속 써야만 했다. 왜냐하면 그때 이미 나는 유명작가가 되어 있었으니까."

나는 지금 단순히 '노력'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명'을 주제로 이 글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취미 생활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든 수도사가 되는 것만큼 어렵다는 것을.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실체에 다가가는 시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인도의 피리 연주자 하리프라사드 초우라시아는 40대에 이미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기 시작했다. 80세인 지금도 그의 연주를 능가할 자가 없다. 나는 30년 가까이 해마다 그의 연주회를 들으러 다녔다. 한번은 델리의 신년 음악회에서 만나 "하리지, 이제 한국에 오실 때입니다."라고 요청하자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래서 그해 10월에 서울과 부산에서 연주회를 가졌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아침마다 그의 호텔방에 들렀는데 그는 매번 방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평생 피리 연주를 해 왔으며, 예술가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인도 정부가 외교관 여권을 발급하고 프랑스에서 문화훈장까지 수여받은 대가가 뭄바이에서 델리로, 다시 델리에서 서울로 긴 시간 비행기를 타고 온 다음 날 단 40분의 연주를 위해 계속해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쉬라고 해도 듣지 않았다.

지난 2월 동인도 카락푸르에 있는 인도공과대학에서 특별 연주회가 있어서 그와 동행했다. 아침 일찍 콜카타를 출발해 점심 시간이 지나 도착했는데, 그는 저녁 공연을 위해 곧바로 방에서 연습을 시작했다. 바로 전날 밤 콜카타에서 연주회를 가졌는데도!

연주를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에 그 학교에서 요가와 명상을 가르치는 교수가 질문했다.
"당신은 한평생 음악을 해 왔는데 이 삶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가?"
하리지는 말했다.
"나는 이 인생을 통해 분투노력하는 것을 배웠다. 어렸을 때 일찍 어머니를 잃어 한 조각의 차파티를 얻는 데도 분투노력해야 했다. 늦게 음악을 시작했을 때는 스승이 원래 레슬링 선수였던 나의 의지를 시험하기 위해 남들처럼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으로 피리를 불라고 가르쳤다. 그것에 적응하기 위해 끝없이 분투노력했다. 나는 타고난 음악가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내 몸을 보라. 몇 년 전 교통사고로 어깨를 다쳐 한쪽 팔을 쓰는 것이 힘들다. 따라서 지금도 무한 노력하지 않으면 피리를 불 수 없다. 이곳에 함께 온 한국인 친구는 나더러 이제 그만 쉬라고 하지만 나는 숨이 멎을 때까지 피리를 불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삶이 내게 준 소명이다."

학생들이 일제히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아마도 그 명상 교수는 '마음의 평화'라든가 초월적인 대답을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리지의 솔직하고 위선적이지 않은 답변, 삶에 대한 진실성에 청중은 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앞에서 밝혔듯이 나는 타고난 작가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애초에 이 글에 담으려고 했던 주제를 제대로 전달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고 나름 분투노력했다. 누군가가 말했듯이 진짜 작가는 그저 계속 글을 쓰는 사람이다. 당신과 나, 우리는 어차피 천재가 아니다. 따라서 하고 또 하고 끝까지 해서 마법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다.


art credit_Miren Asiain L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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