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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세 가지 질문


'원하지 않는 상황이 일어났을 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가?'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할 때 얼마나 빨리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가?'
'얼마나 빨리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가?'

스승과 제자가 시장에 가기 위해 숲길을 지나고 있었다. 꽃향기와 새들의 지저귐에 흠뻑 반한 제자는 자신과 스승 사이에 아무 차이가 없음을 느꼈다. 순수 존재의 행복이 마음을 채웠다. 자신도 이제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난 자유의 상태에 가까웠다고 여기며 미소 지었다.

시장에 이르렀을 때 제자는 숲에서만큼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앞에서 걸어오는 한 여성을 보는 순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애인의 모습이 떠올라 애증이 엇갈렸다.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가고 싶었다.

또한 화를 내며 아이를 때리는 어떤 남자를 보자 마음이 움츠러들면서 아버지에 대한 분노가 밀려왔다. 아버지는 그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집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지금도 마음을 괴롭히는 어린 시절의 불행은 대부분 아버지로 인한 것이었다.

부정적인 감정과 싸우며 걷던 제자는 음식점 앞에서 술에 취한 노인과 맞닥뜨렸다. 노인은 수행자 복장을 한 두 사람을 조롱하며 모욕적인 말을 퍼부었다. 제자는 시장의 소란스러움과 악의에 찬 술주정꾼과 자신의 삶에 환멸을 느꼈다.

그때까지 묵묵히 걷던 스승이 제자의 동요하는 마음을 눈치채고 말했다.
"수행자는 숲길을 걸을 때와 시장 골목을 걸을 때 마음이 한결같아야 한다."

팔리어로 '한결같은 마음', 즉 평정심은 우뻭카이다. 우뻭카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나에 대해 좋은 말을 하든 나쁜 말을 하든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삶이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삶을 대하는 것이다. 나무는 바람이 불면 흔들리지만 바람이 멎으면 금방 균형을 되찾고 평온해진다.

많은 요인들에 의해 오르내리는 인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 시장 한가운데 서서 제자는 깨달았을 것이다. 피상적인 미소는 언제든 부정과 분노로 바뀔 수 있음을. 미소는 가슴에서 피어나야 하고, 평정심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야 한다는 것을.

인도를 여행하다가 네팔로 건너가 명상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성이 있었다.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국경으로 간 그녀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에 직면했다. 인도에 재입국하려면 복수 비자가 필요했는데, 여권에 찍힌 것은 단수였다. 대행을 맡은 여행사가 인도에 간다는 말만 듣고 단수 비자를 신청한 것이다. 국경 관리에게 사정을 말해도 소용 없었다. 유일한 선택은 국경에서 하룻밤 잔 후, 다시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카트만두로 돌아가 인도대사관에 비자를 재신청하는 길이었다.

국경의 게스트하우스는 악몽이었다. 열악한 환경과 국경 수비대처럼 몰려오는 모기, 아래층 카페에서 밤새 쿵쾅거리는 동네 청년들의 음악 소리도 괴로웠지만 그녀를 잠 못 이루게 한 것은 헝클어진 여행 일정이었다. 이튿날 아침 그녀가 탄 낡은 시외 버스는 출발 시간이 지나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운전사는 빈 좌석만이 아니라 빈 공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세였다. 각양각색의 승객들과 닭, 염소 등의 가축과 이상한 냄새로 가득한 비좁은 좌석에 외국인은 그녀 혼자였다. 이윽고 버스가 출발했지만 목에 힘을 주지 않으면 덜컹거리는 충격 때문에 목뼈에 금이 갈 가능성이 컸다.

그렇게 열 시간 넘게 평야와 골짜기를 달린 후 깜빡 든 잠에서 깨니 정전으로 깜깜해진 카트만두에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시내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우연히 나를 만났다.

이튿날 아침, 새들의 지저귐과 히말라야에서 실려오는 청량한 공기에 잠이 깬 그녀는 마음의 균형을 회복해 있었다. 산책 삼아 인도대사관까지 함께 걸어가면서 명상 프로그램 외에는 네팔을 경험한 것이 없었는데 비자가 나올 때까지 일주일 동안 이곳 저곳을 다녀 보겠다고 말했다. 그날 오후 우리는 카트만두의 매력적인 장소 중 하나인 해발 1,700미터의 카카니로 가서 히말라야의 일몰을 구경했다. 인간이기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 것은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그 감정의 뿔에 받혀 스스로 나가 떨어질 필요는 없다.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고엔카는 말한다.
"삶 속에서 우리는 즐겁거나 괴로운 일, 승리나 패배, 이익이나 손해, 칭찬이나 비난을 수시로 맞닥뜨린다. 이 모든 상황들 속에서 가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진정한 미소를 지을 수는 없을까? 만약 우리가 내면의 깊은 차원에서 이런 평정심을 가진다면,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가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만약 평정심이 단지 피상적이라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자기 안에 기름 탱크를 가지고 다니는 것과 같다."

부정적인 에너지가 마음에서 일어날 때 가장 고통받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고엔카가 던지는 이 세 가지 질문은 질문이면서 그 자체로 답으로 들린다.
'원하지 않는 상황이 일어났을 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가?'
'마음속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기 시작했을 때 얼마나 빨리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가?'
'얼마나 빨리 마음의 균형을 되찾는가?'


art credit_ Charlotte A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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