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타라 브랙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여름이면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서 놀던 일이었다. 파도 속에서 헤엄치고 소나무숲과 모래언덕을 뛰어다니며 자유를 만끽했다.
사춘기 때 시련이 닥쳤다. 집안에 내려오는 유전 질환이 발병해 몸을 움직이는 데 문제가 생겼다. 처음에는 모래사장을 달릴 수 없었고, 그다음에는 자전거를 탈 수 없었으며, 마침내 수영도 불가능해졌다. 그녀를 집에 남겨 둔 채 가족과 친구들이 바닷가로 떠나던 장면을 그녀는 기억한다. 그녀는 울음을 터뜨리며 무너져 내렸다.
하루는 개를 데리고 혼자 해변을 걷고 있었다. 마음 뒤쪽에는 여전히 슬픔이 있었다. 하지만 하늘의 광활함도 느낄 수 있었다. 소금기를 실은 바람이 코를 간질였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순간 이유 없는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외부 조건과 상관없이 기쁨의 근원과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을. 그 가능성을 꼭 실현하겠다고 그녀는 마음먹었다.
그것도 잠시, 다정하던 어머니가 우울증과 알코올중독으로 고통받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타라는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밖에서 볼 때는 단란하고 정상적인 가정이었지만 어머니가 술에 취할 때마다 긴장감과 불행감이 엄습했다.
대학에 들어간 타라는 우연히 안내 포스터를 보고 요가를 접했다. 그것을 통해 자신이 찾는 내적 평화와 행복을 발견할 수 있음을 알고 매일 요가에 전념했다. 졸업 후에는 전 세계에 지부를 둔 유명한 요가 단체에 소속되어 흰 옷에 흰 터번을 두르고 수행을 계속했다.
그렇게 10년 동안 매일 새벽에 기상해 수행과 기도를 이어 가면서 자신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의 경지에 가까웠다고 느꼈다. 그러다가 임신을 했고, 뜨거운 사막에서 요가 수행을 하다가 아이를 유산했다. 스승은 그녀를 위로해 주기는커녕 공개석상에서 그녀의 임신과 유산을 비난했다.
상처받고 요가 단체를 떠난 타라는 새롭게 심리학 박사과정을 밟고 마음챙김(위빠사나) 명상을 배웠다. 그리고 그때까지의 모든 수행 경험을 접목해 독자적인 가르침을 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생의 발길질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쉰 살이 되던 해 타라는 신체의 결합조직이 느슨해지는 유전 질환이 재발해 시간이 지날수록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3년 동안 혼자서 아들을 키운 아픔을 딛고 이제 막 재혼한 터라 절망이 컸다.
이런 끊임없는 고난을 통해 타라 브랙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깨어 있는 마음과 평화로움을 유지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갔다. 그것이 그녀를 세계적으로 이름난 명상 교사이며 심리상담가가 되게 했다. 그녀가 시작한 작은 명상 모임은 현재 50여 명의 명상 교사가 수천 명의 참가자들을 지도하는 통찰명상협회로 발전했다.
기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새끼 기린은 태어나면서부터 일격을 당한다. 키가 하늘 높이만큼 큰 엄마 기린이 선 채로 새끼를 낳기 때문에 수직으로 곧장 떨어져 온몸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것이다. 충격으로 잠시 멍해져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는 순간, 이번에는 엄마 기린이 그 긴 다리로 새끼 기린을 세게 걷어찬다. 새끼 기린은 이해할 수 없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났고 이미 땅바닥에 세게 부딪쳤는데 또 걷어채다니!
아픔을 견디며 다시 정신을 차리는 찰라 엄마 기린이 또다시 새끼 기린을 힘껏 걷어찬다. 처음보다 더 아프게!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진 새끼 기린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머리를 흔든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이대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는 계속 걷어채리라는 것을.
그래서 새끼 기린은 가늘고 긴 다리를 비틀거리며 기우뚱 일어서기 시작한다. 바로 그때 엄마 기린이 한 번 더 엉덩이를 세게 걷어찬다. 충격으로 자빠졌다가 벌떡 일어난 새끼 기린은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발길질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제야 엄마 기린이 달려와 아기를 어루만지며 핥아주기 시작한다. 엄마 기린은 알고 있는 것이다. 새끼 기린이 자기 힘으로 달리지 않으면 하이에나와 사자들의 먹잇감이 되리라는 것을. 그래서 새끼 기린을 걷어차는 것이다. 일어서서 달리는 법을 배우라고.
카뮈는 "눈물 나도록 살라."고 말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쓴 마르케스는 "인간은 어머니가 그들을 세상에 내놓은 그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태어남을 강요하는 것은 삶이다."라고 썼다.
인생은 우리에게 엄마 기린과 같다. 때로 인생이 우리를 세게 걷어차면 우리는 고꾸라진다. 하지만 다시 비틀거리며 일어나야만 하고, 또다시 걷어채어 쓰러질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또다시 일어난다. 그것이 당신과 내가 성장하는 방식이다.
art credit_Jeanie Toman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