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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How To BREW

맥주의 기원

맥주의 어원은 ‘마신다’는 의미의 라틴어 ‘비베레’라 한다. 맥주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1953년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에서 발견된 한 비석에 남아 있다. 비문에는 ‘기원전 4200년께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발효해 구운 빵으로 보리의 맥아를 당화해 물과 섞어 맥주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맥주는 중세 수도원에서 중요한 음료로 자리잡기도 했지만, 현대의 맥주로 비약적 발전을 한 것은 과학기술 덕이다.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루이 파스퇴르가 고안한 저온살균법과 카를 폰 린데가 발명한 암모니아 냉장고는 사계절 맥주 생산과 장기 보관을 가능하게 했다. 비열처리를 한 생맥주가 더 원시적일 것 같지만, 효모를 거르는 여과기술이 발달한 뒤에야 등장했다. 19세기 말 유리의 대량생산으로 맥주를 유리잔에 마시게 되면서 깨끗한 맥주가 필요해지자 철갑상어 부레를 건조해 만든 ‘아이징글라스’로 혼탁물을 침전시키는 청징제 기술이 발명됐다.

맥주에 홉을 넣어 지금의 맥주를 탄생시킨 건 12세기 독일의 과학자이자 베네딕트파 수녀인 힐데가르데였다. 홉이 안 들어간 영국 맥주를 뜻하던 에일에도 홉이 쓰이면서 독일 맥주의 대명사인 라거와 구분 짓기도 과학적 잣대로 바뀌었다. 현대에는 따뜻한 온도를 좋아하고 발효탱크 상부에서 작용하는 효모로 빚은 맥주는 에일로, 시원한 온도를 좋아하고 탱크 하부에서 작용하는 효모가 쓰인 건 라거로 분류한다.

맥주는 서양 술이지만, 기원이 서양에만 있지는 않았다. 중국 고고학자들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기원전 3400~2900년 전에 조성된 두 유적지에서 맥주 양조에 쓰인 항아리 등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들 유물에는 보리·수수·율무 입자들이 붙어 있었으며, 화학분석을 통해 맥주 양조의 부산물인 수산염이 확인됐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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