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성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즐겨찾는 일본여행지이다.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지었다는 이 성은 대를 물려받은 아들 히데요리에게도 근거지였다. 이곳에 가면 높이 솟은 천수각과 성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깊이 6미터, 폭75미터의 인공수로인 해자(水路)가 특히 눈에 띄는데, 오사카성은 바다와 강으로 둘러 쌓인데다 내.외 두 겹의 해자를 가지고 있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당시에는 이 성을 함락시킬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지략이 뛰어났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제 전쟁을 그만하고 평화롭게 지내자'고 제안을 했다. 계속된 전투에 신물이 난 히데요리가 이를 받아들였고, 도쿠가와 이에야쓰는 한 발 더 나아가 "우리가 서로 평화협정을 맺었으니 2중으로 된 해자(水路)도 메워서 백성들에게 전쟁이 없는 평화시대가 도래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자"고 제안했다.
강경파 가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히데요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자신의 병력으로 밤을 새워가며 해자를 메웠고, 몇 달 후에는 오사카성을 공격해서 단숨에 함락시켰다. 그 결과로 도요토미 히데요리는 모친과 함께 자결했고, 그 일족은 남김없이 몰살을 당했다. 도요토미 가문은 그렇게 멸문하게 되었던 것이다.
평화협정을 어겼다는 세간의 비난이 일자 도쿠가와 이에야쓰는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에 적장의 말을 그대로 믿는 바보가 어디 있느냐? 그런 바보는 죽거나 멸문이 되어도 마땅하다." 이것은 일본 전국시대의 일화로 오늘날에도 국제관계에서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본보기로 삼을만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제 싱가포르 북미회담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보수는 북한을 대하는 남한이 새겨들어야 하는 이야기라 한다. 남북통일의 장미빛 희망에 젖어있기만 하다가는 북한에 잡아 먹히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을 대하는 북한이 잊지말아야 하는 이야기라는 시각도 있다. 자국의 이익 앞에서는 국제간의 협정을 파기하고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때때로 말을 바꾸는 미국이 미덥지 못한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