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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나의 수행 이야기


요즘 페북의 글들을 접하다면 어쩌면 그렇게 불교이론에 박학다식한 분들이 많은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그 어려운 공이니 유식이니, 중관이니 하는 것들을 줄줄이 꿰면서 댓글로 갑론을박 하는 것을 보면 나같이 무지한자는 감히 명함도 내밀기 어렵고 글쓰기가 두려워진다. 

이에못지 않게 수행이 높은 분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 수행에 대한 작은 경험담이라도 언급하면 어려운 선문답을 툭 던지며 시험에 들게 하니, 올린 글에 조금이라도 틈이 보이면 크게 경을 칠 거 같아 조심스럽기 짝이없다. 나는 깊고 넓은 불교이론이나 철학은 잘 모른다. 수행도 미얀마를 오가며 공부를 조금 했다고 하나 그 깊이가 일천하기 짝이 없다.

한 때 명상이나 불교관련 책들을 읽고 무언가 깨달은 듯 착각하여 선문답을 읊어대며 잘난체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실재 생활이나 경계에 봉착했을때 아무런 쓸모가 없는 알음알이였고, 소멸시킨 번뇌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수행으로 터득해야 할 것을 지식과 분별로 안다고 생각한 허깨비였다. 더구나 술도 마시고 오계도 지키지 않으면서 책 몇권 읽고 수행 흉내만 내었으니 수행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방황이라고 함이 옳겠다.

더구나 나는 근기가 낮아 화두를 들고 선문답으로 수행정도를 가늠하는 간화선은 너무 어려운데다 가르쳐 주는 스승도 없어 자연히 인연이 멀어졌다. 다행이 느즈막이 남방위빠사나 수행을 접하면서 그동안의 조금 안다는 지식이나 이론은 모두 버렸다. 그리고 수행은 기본적으로 오계를 지켜야 된다는 것을 깨닫고 술, 담배를 비롯한 모든 취미를 끊은지 오래다. 

오로지 내가 공부하는 지침은 '초전법륜경'을 소의 경전으로 삼고 수행의 지침은 '대념처경'을 따르며 이론적으로 구체적인 것을 알고 싶을 때는 '아비담마'를 참고하고 있을 뿐이다.

수행에 선행되어야 할 것이 부처님 말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사성제를 바로 아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것의 이해에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사성제의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으로서 연기법과 삼법인과 팔정도를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도 역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이렇게 사성제를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정견을 확립했으면, 그 다음 문제는 이런 이해와 믿음이 실제로 그러한지 스스로 체득하여 증명하고 번뇌를 소멸시키는 길이 남아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 길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수행이고 수행자는 그 길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 그 길을 가는 구체적인 방법은 바로 위빠사나이다.

위빠사나 중에서도 사마타 없이 바로 '알아차림'으로 가는 '마른 위빠사나'이며, '알아차림'의 주요 대상을 몸에 두고 있는 마하시 방법을 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길을 감에 있어 스승(사야도) 께서 늘 수행을 점검하고 바른 길로 인도해 주셨고, 생활 속에서 수행할 때도 막히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 스승의 지도를 받을 수 있어 수행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나는 태생이 우둔하고 미혹하여 아직 수행이 많이 부족하고, 지금도 다만 그 길을 가고 있는 도중에 있는 사람일 뿐이다. 더우기 불교학자도 아니고 논사도 아니다. 내게 있어 '할'이니 '방'이니 '뜰앞의 잣나무"니 하는 것은 아주 오래전 조사어록으로 만난 알음알이에 불과하며, 그 길은 내가 가는 길도 아니고 체득한 것도 없다. 따라서 체득하지 않은 지식이나 철학을 논하고 싶지도 않다. 적어도 그것은 체험의 문제이지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설사 무아나 공을 체득했다 할지라도 그를 두고 갑론을박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것은 자칫 스스로 깨달았다고 만천하에 공포하는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페북에 수행에 대한 글을 올리는 것은 아직 부족하지만 생활상의 수행에서 오는 작은 체험을 나누기 위함이고, 또 위빠사나 명상을 접하지 못한 분들께 그것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생각컨데 수행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불교철학과 이론은 수행을 잘하기 위한 방편이지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전을 근거로 해야 할 것이다. 사과 맛에 대해 백번을 토론 한들 맛을 보기 전에는 진짜 맛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타고난 봉사에게 초록색을 귀가 닳도록 설명해도 눈을 뜨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산에 오를 때는 등산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길을 찾기위한 정확한 지도와 간편한 도구 밎 식량만 있으면 된다. 산을 올라가는 방법이나 산에 올랐을 때의 풍경과 느낌이 어떤지를 두고 허구한 날 논쟁을 일삼는다면 언제 산에 오르겠으며, 산에 오르기 위해 무거운 장비와 식량과 가재도구를 잔뜩 짊어지고 간다면 어찌 산에 오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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