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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나도 몰래 사라져버린 번뇌


조그만 집 한 채를 짓는데 뜻대로 되는 게 없다. 집짓고 나면 늙어버린다는 말이 실감난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원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도모하는 일은 원하는 바가 있기 마련이다. 원하는 바가 있으니 번뇌가 생기는 건 당연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현실적인 것은 현실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나 도저히 풀 수 없는 것이나 풀어봐야 실효성이 없는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번뇌를 지켜보고 있으면 그것을 회피하며 어떻게든 빨리 해소하고픈 조급한 마음이 읽혀진다. 그런 마음이 점점 더 번뇌를 키운다. 결국, 번뇌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번뇌가 생기면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으로 인해 괴롭다. 머리가 아프고 심장이 뛰는 신체적 증상도 동반한다. 에고(Ego)는 평정을 유지하려 부단히 애를 쓰지만 그럴수록 불안은 증대된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알아차림 할 때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고 다만 정신과 물질의 작용이다.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며, 그저 그러할 뿐이다. 그러는 사이 번뇌는 사라진다.

어제 집짓는 문제로 제법 묵직한 번뇌가 생겼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꽃 만발한 시골길에 천천히 자전거 패달을 밟으며 그 번뇌를 친구 삼았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이 친구는 온다간다 인사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망할 눔의 번뇌친구!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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