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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사람이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않고 우리가 있는대로 본다` 인도출신 `앤소니 드 멜로` 신부의 말이다. 사람들은 사물을 자신의 관점에서 보고 해석하는데, 그 관점의 상당부분은 사회적 통념과 문화와 교육에 의해 주입된 것 들이다.

아침에 한적한 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까악까악 소리가 들렸다. 까마귀였다. 그것이 까마귀라는 것이 인지되자 불길함과 관련된 이미지가 영화필름처럼 스쳐갔다. 그냥 새소리일 뿐이었을 것이 까마귀로 인식되자 그와 관련된 관념들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이다. 까마귀에 대해 조건 지어진 마음이 대상을 만나자 그에 마땅한 마음을 만들어 낸 것이다.

원점에서부터 생각하면 `어떤 새`에게 까마귀라는 이름이 붙고, 문화와 사회적 통념은 그것들에 특정한 딱지들을 붙였으며, 개인의 경험이 결합되어 그렇게 듣고 느낀 것이다.

이는 마치 스위치를 누르면 자동으로 여러 색깔의 불이 들어오는 네온사인처럼 어떤 것을 보는 즉시 내재화된 조건들에 의해 사물을 인식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앤소니 드 멜로 신부는 '아이에게 새의 이름을 알려주는 순간 아이는 더 이상 새를 보지 못한다'고 했다.

새의 이름을 알지 못 할 때는 아무런 선입견 없이 그 새를 보지만 이름을 아는 순간 이름을 떠 올리기 때문이다. 이 조건지어진 프로그램을 허물고 세상이 붙인 딱지들을 떼어내고 색안경을 벗어 사물의 실재적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눈을 뜨는 것. 긴 세월 동안 문화와 교육과 개인적 경험에 의해 딱딱하게 굳어진 인식과 사고의 틀을 부수고 어린이의 뇌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오랜세월 자신을 가두어 둔 틀에서 벗어나는 길이자, 보는 눈의 무한 자유를 누리는 길이 아닐까? 문득, `어린왕자`의 한 구절이 떠 오른다. 

어른들은 누구나 처음엔 어린이였다. 그러나 그것을 기억하는 어른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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