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DDHISM/생활 속의 수행_남상욱님

늙어지면


얼마 전 가은을 통틀어 유일하게 생존해 계신 선친의 친구분께 식사대접을 해 드린 적이 있다. 

젊어서는 참 여러모로 대단하신 분이었으나, 15년 전에 부인과 사별하고 홀로 사시는 90대 어르신이다. 

아직 정신도 맑고 건강도 그만저만 하신데, 식사 중 한마디씩 힘없이 던지는 말씀에 노년의 외로움과 막막함이 절절이 묻어났다.

마을회관에 가도 한참 아래 분들만 있으니 상대할 사람이 없고, 친구들은 벌써 다 간지 오래이니 말 한마디 나눌 사람 없이 홀로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시란다. 

이제는 정말 가고 싶은데 그것도 인력으로 되지 않는다며, 가끔 요양보호사인지 하는 사람이 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고 간다는 말씀에 한동안 가슴이 먹먹하였다.

선입견인지는 몰라도 시골에 홀로 남은 어르신들 중에 유독 남자노인은 왜 그렇게 초라하고 서글퍼 보이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여자노인들은 회관에 모여 아래위 없이 화투도 치고 아무데서나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는데, 남자노인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아마도 뿌리 깊은 남녀의 성역할 고정관념과 위계질서에 익숙한 수컷사회 적응의 한계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지만, 

한 평생 죽어라 돈벌어다주고 은퇴하면 쓸모없는 ‘삼식이’ 소리나 듣는 한국 남자들 이래저래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천하를 호령하던 사자란 놈도 젊은 놈에게 한번 치 받힌 늙은 놈은 무리에서 쫒겨나 홀로 떠돌면서 빌빌거리며 눈치나 보다 쓸쓸히 여생을 마치게 된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늙으면 이래저래 쓸모없는 수컷들 어떻게 사는 게 좋을까?

문득, 굽은 허리로 연신 염주를 돌리며 만트라를 외는 라다크와 다람살라 노인들의 인자하고 자비로우며 평화로운 모습이 오버랩 되며 가슴에 울린다.



맨 위로 맨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