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생애로 대답해야 하는 것>
모주드라는 이름의 사람이 있었다. 어느 마을의 평범한 관리였는데, 그렇게 무게와 길이를 재고 계산을 하며 평생 살아갈 것 같았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고, 주위에서도 그렇게 여겼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집 근처 오래된 숲길을 걷는데 눈부신 연초록색 옷을 입은 신비의 안내자가 나타나 말했다.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자여, 일을 그만두고 강으로 와서 나를 만나라."
그러고는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홀연히 사라졌다. 환영을 본 것이라 생각했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모주드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직장의 최고 책임자를 찾아가 자기는 떠나야만 한다고 말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모두가 말했다.
"불쌍한 친구! 정신이 이상해졌군. 그런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다니."
하지만 그의 자리를 대체할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금방 그를 잊었다.
강으로 나가자 신비의 안내자가 나타나 말했다.
"옷을 벗고 강으로 뛰어들라. 아마도 누군가가 너를 구해 줄 것이다."
모주드는 자신이 정말 미친 것이 아닐까 의심하면서도 명령에 따라 강으로 뛰어들었다. 헤엄을 칠 줄 알았기 때문에 빠져죽지는 않았지만 물살에 밀려 한참을 떠내려갔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어부가 그를 발견하고 배 위로 끌어올리며 말했다.
"미련한 사람아, 물살이 이렇게 센데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요?"
모주드는 말했다.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부가 말했다.
"당신 제정신이 아니군! 강 건너에 내 오두막이 있으니 그리로 갑시다. 가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봅시다."
그렇게 해서 갈대로 엮은 오두막에서 어부와 함께 살게 되었다. 모주드가 학식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 어부는 그에게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그대신 음식을 얻어먹을 수 있었으며, 틈나는 대로 어부의 일을 도왔다.
몇 달 뒤, 신비의 안내자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잠을 자고 있는 발치에 와서 말했다.
"지금 당장 일어나 이 집을 떠나라. 아마도 누군가가 너를 도와줄 것이다."
모주드는 서둘러 오두막을 떠나 어부 차림으로 정처없이 밤길을 헤맨 끝에 큰 길에 이르렀다. 날이 밝아 올 무렵 나귀를 타고 시장으로 가는 농부가 그를 발견하고 물었다.
"혹시 일자리를 찾고 있소? 시장에서 물건을 옮겨다 줄 사람이 필요하오."
모주드는 농부를 따라가서 두 해 동안 그의 밑에서 일했다. 농사일에 대해선 많은 것을 배웠지만 다른 것을 접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어느 날 오후, 양털을 묶고 있는데 문득 신비의 안내자가 나타나 말했다.
"이 일을 그만두고 이곳을 떠나 도시로 가라. 그곳에서 지금까지 모은 돈으로 향신료 장사를 하라."
명령에 따라 도시로 나간 모주드는 열심히 일을 해 향신료 상인으로 이름이 났다. 몇 년이 지나도록 신비의 안내자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돈을 많이 모았기 때문에 이제 집을 한 채 사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신비의 안내자가 다시 나타나 말했다.
"번 돈을 전부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이곳을 떠나 가능한 한 멀리 떨어진 다른 도시로 가서 과일 가게 점원으로 일하라."
모주드는 그렇게 했다.
이제 모주드는 나이를 먹었고, 서서히 지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능력이 생겼으며, 과일 가게 점원으로 일하는 틈틈이 주위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었다. 삶의 진리에 대한 지혜가 나날이 깊어져 갔다.
많은 이들이 모주드를 만나러 왔다. 주위 사람들은 일대기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성직자와 철학자와 학식 높은 이들까지 찾아와서 묻곤 했다.
"당신은 누구 밑에서 진리를 배웠습니까?"
모주드는 말했다.
"그것은 말하기가 어렵소. 나는 누구한테도 배우지 않았소. 다만 어떤 안내자의 목소리에 따라 살았을 뿐이오."
사람들이 다시 물었다.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았습니까?"
모주드가 말했다.
"나는 평범한 관리였는데, 어느 날 직장을 그만두고 강에 뛰어들었다가 어부가 되었으며, 그러다가 한밤중에 어부의 오두막을 떠났소. 그다음에는 농부가 되었으나 양털을 묶다가 인생을 바꿔 도시로 가서 향신료 상인이 되었소. 그곳에서 많은 돈을 벌었지만 모두 나눠 주고 이 도시로 와서 과일 가게 점원으로 일하기 시작했소. 그렇게 해서 현재에 이른 것이오. 이것이 내가 말할 수 있는 전부라오."
전기 작가들은 모주드의 일대기에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을 산 사람의 이야기'라고 제목을 붙였다. 흔히 이슬람 신비주의라 일컬어지는 수피즘에 전해지는 우화이다.
어떤 삶을 살든, 내적 충동에 따라 격랑을 헤치며 장소와 직업을 바꿔 나가든, 한 장소에서 한 가지 일만 하며 평생을 살든, 우리 모두는 '설명할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들에 우리는 결국 우리의 전 생애로 대답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특히 그렇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삶을 불태우고자 했으며, 또 무엇을 할 수 있었는가?' 이 물음들은 지식이나 원칙으로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직 전 생애를 통해서만 대답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만이 진정한 대답이리라.
photograph_Michelle Blade
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