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DDHISM/지구별 여행자外_류시화님

별의 먼지


<아침의 시>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이름으로
당신이 온다 해도
나는 당신을 안다.
몇 세기가 우리를 떨어져 있게 해도
나는 당신을 느낄 수 있다.
지상의 모래와 별의 먼지 사이 어딘가에
매번의 충돌과 생성을 통해
당신과 나의 파동이 울려퍼지고 있기에.

세상과 작별할 때 우리는
소유했던 것들과 기억들을 두고 간다.
사랑만이 우리가 가져갈 수 있는 유일한 것.
그것이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우리가 가지고 가는 모든 것.

- 랭 리아브 <별의 먼지> (류시화 옮김)


우리 모두는 여행하는 영혼들이다. 별에서 별로, 한 생에서 다음 생으로. 그렇다면 영혼 안에 무엇을 지니고 여행하는가? 사랑인가, 그리움인가, 아니면 아픈 기억인가? 마야 안젤루는 썼다.

산파와 수의는
안다, 태어남은 힘들고
죽음은 야속하며
삶은 그 사이의 시련임을.

우리는 왜 여행하는가, 별들 사이를
소문처럼 중얼거리며?
하나의 차원을 잃어버렸나?
그것은 사랑인가?

랭 리아브는 호주와 뉴질랜드를 기반으로 활동해 온 시인이며 소설가로, 소설 <슬픈 소녀들(Sad Girls)>과 시집 <기억들(Memories)>, <낯선 이들의 바다(Sea of Strangers)> 등을 발표한 신인 작가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시를 발표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시는 원래 산문시 형태이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알랭 드 보통은 말한다.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해 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가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할 때 우리는 서로의 눈을 통해 영원을 본다. 처음 보는 얼굴, 처음 듣는 이름으로 내가 당신을 찾아갔을 때 당신은 나를 알아볼까? 수 세기 동안 떨어져 지낸 후에도 나는 당신을 알아볼 수 있을까? 은하계의 성운들 사이에서 울려퍼지는 우리의 파동을 기억할까? 다른 공간대, 다른 시간대에서 다른 모습으로 미소 짓고 속삭이던 것을?

당신은 누구이고, 나는 누구인가? 정말로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사실일까? 그래서 그 전까지는 말을 더듬으며 살아가는 걸까?


painting_Edvard Munch




맨 위로 맨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