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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삶의 나침반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얼을 키우고 밝히는 완성의 과정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얼을 키우고 밝히는 완성의 과정



우리말에는 인생의 단계를 영혼의 성장 과정으로 표현한 말이 있다. 성장기에 있는 사람을 ‘어린이’, 성공기에 있는 사람을 ‘어른’ , 완성기에 있는 사람을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이 세 가지 표현의 공통분모는 바로 ‘얼’이라는 말이다. 얼은 ‘영혼’이라고 할 수 있고 ‘정신’이라고 할 수 도 있다.


우리말에는 ‘얼’이 들어가 있는 표현들이 많다. 민족의 얼, 조상의 얼 이라는 표현처럼 얼은 정신을 의미한다. 추임새를 넣을 때 “ 얼쑤,” “ 얼씨구 좋다”라고 하는데, 정신이 깨어나서 신이 나고 좋다는 의미이다. 또 정신이 제대로 박혀 있지 않은 사람을 가리켜 ‘얼간이’ 라고 하는데, 이는 얼이 나간 사람, 얼이 빠진 사람이라는 뜻이다.


‘얼굴’이라는 말도 있다. 굴은 구멍이라는 뜻으로, 얼굴은 얼이 드나드는 구멍을 의미한다. 얼굴에는 눈, 코, 입, 귀 총 일곱개의 구멍이 있다. 이 구멍을 통해서 정신이 들어오고 나간다고 해서 얼굴이라고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정신은 곧 정보의 집합체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맛보는 등 얼굴에 있는 여러 감각 기관을 통해서 인지되는 정보가 우리의 정신의 지대한 영향을 준다. 또 우리가 어떤 눈으로 사람과 사물을 보는지, 어떤 말을 입밖으로 내뱉는지에 따라서 그 사람의 정신이 드러난다. 그러니 얼굴은 얼이 들어오고 나가는 구멍이 확실히 맞다.


인간이 내면적으로 성숙하려면 얼이 성장해야 한다. 인생의 시기를 표현하는 말 중에 ‘어린이’는 아직 얼이 작고 어린 사람을 의미한다. 얼이 작으면 다른 사람들을 고려하지 못하고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우선시해서 행동한다. 그래서 어린아이는 아직 철이 없다. 뭐든지 자기 위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먼저다. 간혹 ‘애어른’ 이라고 해서 어른처럼 넓게 마음을 쓸 줄 아는 내면이 성숙한 아이들도 있다.


어린이가 성장하면서 점점 철이 들고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은 얼이 큰 사람, 얼이 든 사람을 의미한다. 어른은 정신이 성숙해서 자신의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고 주위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인생의 성공기를 거칠 때 얼이 큰 사람일수록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다. 그런데 요즘보면 나이는 들었어도 나잇값, 어른값을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처럼 주위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위주로 판단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그것은 얼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어른’과 는 반대 개념인 ‘어른애’ 인 것이다.


어른이 더 나이가 들어서 노인이 되면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어르신’은 얼이 신과 같은 사람, 신처럼 밝은 지혜를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가 몸집을 키우고 육체의 생명 에너지를 증강시키는 정충단계라고 하면, 성공기에 있는 어른은 가슴의 영혼의 에너지. 마음을 넓게 쓸 줄 아는 기장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완성기에 있는 어르신은 자연과 생명의 이치를 두루 통찰해 지혜의 에너지를 밝히는 신명 단계이다. 다시 말해서 어르신은 상단전의 신 에너지가 밝아진 ‘깨달은 노인’ 인 것이다.


‘노인’. ‘늙은이’ 라는 말은 나이가 들어 늙은 사람, 단순히 외형적으로 보이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이에 비해 ‘ 어르신’은 얼이 밝고 지혜가 있는 사람, 노인의 내면적인 모습까지 묘사하는 말이다. 이렇듯 우리 문화에서는 육체가 아닌 영혼, 얼을 중심으로 해서 사람의 생애 주기를 판단했다. 또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얼을 키우고 밝히는 완성의 과정으로 여겼다.


어르신, 얼을 키워 신처럼 밝아진 사람이라는 이 말 한마디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자연의 숨은 이치를 통찰하고, 인생의 지혜와 덕을 나누어 주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어르신이 되는 것이야말로 가장 행복하고 아름답게 나이들 수 있는 노년의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어르신이 되는 것은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면이 성숙해야 하고 넓은 관용과 큰 사랑, 밝은 지혜를 갖춰야 한다. 한마디로, 신령스러운 에너지가 풍겨 나와야 한다. 자연과 인생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의 에너지를 닦는 수행을 하고, 나누는 삶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창조하며 사는 것이 신령스러운 어르신이 되는 길이다.





이 글을 쓰면서 떠올랐던 외 할머니, 그런데 외할머니 사진이 없어서 요즘 밤마다 한 두장씩 읽고 자는 < 네 신부님의 어머니>의 이춘선 마리아 얼굴을 보니. 이런게 어르신의 얼굴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림절 시기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네명의 아들. 한명의 딸을 신부와 수녀로 봉헌한 어머니의 절절한 신앙고백. 그녀는 말한다.

" 나같은 주제에 배우지 못하고 가난한 집에서 신부를 몇씩이나 낸단 건 사람의 힘이 아닙니다"

어떻게 나이들 것인가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면서 자연스럽게 답이 나왔던 사람은 외할머니 그리고 엄마였다.
지혜의 에너지를 밝히는 사람. 영혼의 완성을 이루고 죽음이라는 무대를 당당하게 올라가던 외 할머니. 할머니의 육체는 땅에 묻혔지만 영혼은 살아있다. 내 가슴속에. 그리고 엄마에게는 그 얼이 매순간 살아숨쉰다. 감사한 삶이다.
그런 어르신이 계시는 것만으로도.



출처: https://lumentina.blog.me/22056130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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