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UDDHISM/불교&명상 이야기

깨달음에 이르는 알아차림 명상 수행



붓다가 설하신 많은 경전 중에서 위빠사나 수행법의 상세한 설명서를 담고 있는 경전은 오로지 염처경(또는 대념처)이라고 한다. 염처경은 내용은 길지 않지만 위빠사나 수행체계를 포괄하고 있기에 그 안에 매우 깊은 뜻과 많은 정보가 함축되어 있다염처경을 읽어본 이들은 잘 알겠지만 사념처수행의 관찰하는 방편과 관찰의 대상 (, 느낌, 마음, 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고 각 주제마다 깊은 뜻을 지니고 있기에 어느 한 구절도 대충 읽고 넘어갈 수가 없다경전의 중요한 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에는 교학과 수행의 경험이 깊은 자들의 해설서가 큰 도움을 준다. 위빠사나 수행자들에게 염처경은 실로 중요한 수행지침서이며 이미 많은 저자들이 염처경에 대한 해설서를 발행하였다. 이번 소개할satipaṭṭhāna The Direct Path to Realization은 스리랑카 페라데니야 대학에서 염처경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아날라요스님 (Bhikkhu Anālayo)의 박사학위논문이다. 스님의 Satipaṭṭhāna... 는 한국에서도 이미 출간되었고 한글 번역본의 타이틀은 Satipaṭṭhāna 깨달음에 이르는 알아차림 명상 수행이다



아날라요스님은 염처경의 한줄 한 줄씩 각 중요한 단어들의 의미를 빠알리 니까야, 중국 아함경, 주석서와 아비담마에 근거하여 낱낱이 해석하고 풀이하였다. 스님의 세밀한 해설을 통해 단어들의 중대한 의미를 알게 될 때 염처경의 깊이를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스님은 염처경의 해설하는 데에 있어 니까야, 아함경, 주석서의 공통점이나 차이점을 나타내며 특히 남방불교에서 중대시 여기는 주석서의 해석이 정확하지 않으면 이 또한 지적을 하는 등 어느 한 전통의 입각에서만 보고 판단하는 독단적인 견해를 내세우지 않는다. 이를 볼 때 보다 정확한 염처경의 해설을 위해 스님이 얼마나 방대한 범위에서 조사하고 연구하였는지 알 수 있고 그런 스님의 노고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스님은 사념처 수행을 하는데 있어 필요한 바른 마음가짐부터 각 관찰 대상(신수심법) 그리고 최종목표인 열반에 대해서도 매우 자세히 분석하고 해설하고 있다. 책 내용 중 어느 한 부분 감명을 받지 않은 부분이 없지만 개인적으로 내 마음에 와 닿는 부분들을 손꼽자면 염처경에 설해져있는 신념처수행법과 오늘날 수행해오고 있는 기존의 위빠사나 수행과의 차이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방대한 분량의 경전에서 신념처수행과 관련된 구절들을 낱낱이 조사하고 내린 스님의 결론은 염처경의 신념처수행은 몸을 해부학적으로 관찰하는 방식과 썩어가는 시체를 관찰하는 부정관을 통해 몸의 더럽고 무상한 특성을 통찰해 그런 몸을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켜 집착을 여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념처수행에서 동작에 대한 알아차림 중 걸어가는 동작이 언급되지만 여기서 말하는 걸음은 오늘날 수행하는 행선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즉 발을 들고 내밀고 내려놓는 등 걸음의 많은 단계를 일일이 알아차리는 방법은 경전 어디에도 기록되어있지 않고 경전에 기록된 행선은 방법상 오늘날 수행하는 기존의 행선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날의 위빠사나수행이 붓다가 설하신 염처경과 어긋난다고 할 수 없다. 염처경에서는 몸, 느낌, 마음, 법에서 일어나고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할 때 안과 밖, 무상함, 분명한 앎, 지속되는 알아차림, 세간에 대한 집착이 없는 마음으로 관찰해야 함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고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수행하는 다양한 전통의 위빠사나수행법이 그런 요소들을 갖추고 몸, 느낌, 마음, 법을 관찰한다면 각 전통마다 방편에서 차이는 있을 수 있더라도 모두 염처경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염처경의 수행법에서 벗어나지 않음을 독자 스스로 알게 된다



그리고 스님이 해설한 법념처 중에 여섯 가지 인식 기관과 인식 대상에 대한 마음챙김(The Sense-Spheres) 또한 나에게는 너무나 명쾌하게 와 닿았다. 감각기관과 외부대상의 접촉으로 의식이 일어날 때 오염된 마음으로 인해 내면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어떻게 왜곡되고 뒤틀릴 수 있는지 그리고 알아차림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반응하는 습관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매우 선명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염처경의 최종목표인 열반에 관해서 설할 때 돈오돈수와 돈오점수에 대한 스님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어 이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그 외 흥미로운 토픽들이 더 많지만 지면상 여기서 모두 다룰 수 없다. 염처경안에는 앞서 말했듯이 상당히 많은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수행하며 익혀야 할 주제들이 많고 다양하더라도 분명한 알아차림만 있다면 모두 해결될 수 있음을 스님은 밝히고 있다



초기불교의 교학에 풍부한 경험이 있거나 또는 사념처수행을 하며 염처경에 대해 좀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아날라요스님의 Satipaṭṭhāna 깨달음에 이르는 알아차림 명상 수행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나는 Satipaṭṭhāna...의 영문판을 읽었고 한글 번역본은 읽어보지 못했지만 스님의 책이 잘 번역되었다면 (물론 잘 번역되었으리라 본다) 한국독자들도 아날라요스님의 해박한 지식과 명쾌한 해설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밝히고 싶은 것은 인터넷에서 스님의 Satipaṭṭhāna... 는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스님은 염처경을 매우 깊은 차원에서 분석하고 해설하기에 불교용어와 이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명상수행에 어느 정도 관심만 있는 초보자들에게는 권할만한 책이 아니다. 나는 스님의 Satipaṭṭhāna...를 읽으며 편한 마음으로 독서를 즐긴 다기 보다는 마치 시험공부를 위해 머리 싸매고 교과서를 공부하는 듯한 느낌을 더 받았다. 교학이나 수행에 경험이 없지만 염처경에 대해 배우고 싶은 초보자들에게는 보다 쉽고 읽기 편하게 해석한 염처경 해설서를 권하고 싶다



아날라요 스님 (Bhikkhu Anālayo) - 1962년 독일에서 태어났으며 1995년 스리랑카에서 출가했다. 스님은 2000년 스리랑카의 페라데니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박사학위논문인 『Satipaṭṭhāna』  2003년 책으로 출간되었다그리고 스님은 2014년 『Satipaṭṭhāna』 의 후편인 『Perspectives on Satipaṭṭhāna』 를 출간하였다. 『Perspectives on Satipaṭṭhāna』 는 염처경을 빠알리 니까야, 중국 아함경, 티벳트의 산스크리트 경전을 통해 비교하고 해석했으며 각 전통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다 상세히 밝히고 있다.




출처: http://blog.daum.net/nibbana_in_this_life/105


맨 위로 맨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