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엔카 수행법과 大念處經 - 레디 사야도에서 고엔카까지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入出息念)과 감각에 대한 관찰(受念處)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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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론
Ⅱ. 고엔카의 위빠사나 수행법
1. 미얀마의 수행전통: 레디 사야도에서 고엔카까지
2. 고엔카 수행법의 교리적 근거
3. 고엔카 수행법에서 vedanā의 위치
4. 고엔카의 위빠사나 수행법
Ⅲ. 고엔카 수행법과 대념처경의 해석
1. 대념처경 서론의 해석
2. 신념처의 入出息念에 대한 해석
3. 수념처에 대한 해석
4. 대념처경 결론에 대한 해석
Ⅴ. 결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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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 론
만약 45년간 붓다의 설법들이 담긴 三藏(Tipitaka)을 축약해서 핵심들만 추출한다면, 37 조도품이 될 것이다. 이 37 조도품(bodhipakkhiya-dhammā)은 삼장의 핵심을 이룬다. 만약 이것을 좀더 축약한다면 7淸淨(satta-visuddhi)이 될 것이고, 이 7청정을 다시 축약하면 계정혜 三學이 될 것이다.
붓다의 유산은 교단의 유산이며 또한 법의 유산이다. 그럼 붓다가 후학들에게 물려주신 法의 유산(Dhamma-dāyajja)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3학, 7청정, 그리고 37 조도품이다. 초기불교 혹은 상좌 불교에서 수행을 한다고 했을 때, 이 세 가지는 직접적이고도 긴밀하게 상호 연관성을 갖는다.
그럼 붓다의 이러한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법의 상속자(dhamma-dāyāda)는 누구인가? 바로 삼학을 실천하는 수행자가 아니겠는가?
남방 상좌 불교국 중에서 수행전통을 가장 잘 계승하고 있는 나라는 미얀마이다. 미얀마의 수행 전통을 크게 두 계통으로 나눌 때, 하나는 레디 사야도(Ledi Sayadaw) 계통이고, 다른 하나는 마하시 사야도(Mahasi Sayadaw) 계통이다.
본 논문에서 필자는 레디 사야도 계통을 잘 계승하고 있는 고엔카(Goenka)의 수행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고엔카는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入出息念) 수행과 감각에 대한 관찰(受念處) 수행을 중심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본 논문에서도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다룰 것이다.
고엔카의 수행법은 초심자들(new students)을 위한 10일 코스를 중심으로 정리하고, 초기 경전『大念處經(Mahāsatipaṭṭhāna Sutta)』과의 관련성을 논하는 장에서는 고엔카의 사띠빳타나나숫따(念處經) 코스의 법문집을 바탕으로 정리할 것이다. 그래서 현재 고엔카가 지도하는 이 위빠사나 수행법이 초기불교의 『대념처경』과는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 밝히고자 하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본 논문에서 필자는 빈번하게 쓰여지는 몇 개의 용어들은 원어를 그대로 표기했다. 예를 들면, sati, vedanā, ānāpānasati와 같은 말인데, 원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한 가지 좋은 공부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 논문의 중점이 고엔카의 수행법과 『대념처경』과의 관련성이기 때문에, 원전에 근거한 용어의 세부적인 해석과 비교검토는 생략하고, 이미 한국에서 익숙하게 쓰여지고 있는 용어들을 큰 무리가 없는 한 그대로 사용했다.
Ⅱ. 고엔카의 위빠사나 수행법
1. 미얀마의 수행 전통 : 레디 사야도에서 고엔카까지
고엔카는 미얀마의 레디 사야도 계통의 수행법을 전승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 레디 사야도 계통의 수행법이란 무엇인가? 마하시 수행법이 선정수행을 전제 조건으로 하지 않는 순수 위빠사나 수행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반해서, 레디 사야도 계통의 수행법은 사마타(samatha ,禪定)수행을 먼저 닦은 후에 위빠사나(vipassana,智慧)를 닦는 수행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레디 사야도 계통의 수행 센터들은 기본적으로 호흡을 관찰하는 入出息念(ānāpānasati)을 수행하며, 입출식념에 의해서 마음의 집중을 얻은 후에 감각(vedanā)을 관찰하는 위빠사나 수행을 닦는다.
이러한 레디 사야도 계통의 수행법은 미얀마에서 모곡(Mogok) 사야도, 순룬(Sunlun) 사야도 같은 출가자에 의해서 전해질뿐만 아니라, 우 바 킨 (U Ba Khin)같은 재가자에 의해서도 잘 계승되고 있다. 그럼 여기서 레디 사야도에서 고엔카에 이르는 수행전통의 한 맥을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레디 사야도(1846-1923)는 근 현대 미얀마에서 가장 뛰어난 불교 학승이자 저술가의 한 사람이다. 그의 수많은 책들은 그의 광대한 학문의 세계와 수행경험으로부터 나온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20세에 비구계를 받은 뒤 불교학 센터로 가장 유명한 만달레이의 한 사원에서 San-Kyaung 사야도에게 8년간 삼장, 주석서, 복주 등 빨리(Pāli) 문헌들을 공부했다. 빨리어 강사가 되어 8년간 가르치다가 36세에 고향으로 와서 낮에는 가르치고 저녁에는 강 건너에서 수행생활을 했다.
40세에 우안거를 나러 Ledi 숲으로 가서 사원을 만들게 되자, 레디 사야도란 명칭이 생기게 되었다. 그 후 10년 뒤부터 책들이 출판되기 시작하면서, 미얀마에서 가장 학식 있는 비구로 명성을 얻었으며, 미얀마 전국을 다니면서 아비담마(論)코스와 수행코스를 지도하며 센터들을 만들었다.
교학과 수행 두 방면에 모두 뛰어난 그는 76권의 Manual (Dīpanī)들이 있고, 주석서, 복주, 에세이, 등 그의 총 저술들은 100권이 넘는다. 73세에 시력을 잃은 뒤부터는 수행과 수행지도에만 전념하다가 77세로 열반에 들었다.
사야 텟지(Saya Thetgyi: 1873-1945)는 23세에 처음으로 入出息念(ānāpānasati)를 배워 7년간 수행했다. 30세에 콜레라로 아들과 딸, 친척들이 죽는 충격으로 집을 떠나 스님과 재가 스승들을 찾아다니며 공부하다가 레디 사야도에게 가서 수행하라는 권유를 받고 사야도 밑에서 7년간 수행했다. 41세에 처음으로 사람들을 가르치다가, 일년 뒤 70세의 레디 사야도를 뵈러 가서 인가를 받았다.
레디 사야도는 “오늘부터 앞으로 6천명에게 Nāma-rūpa의 법을 가르쳐야만 한다”고 하면서 “내 사원에서 시작하여 내 자리에서 법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려라.”라고 했다. 이때부터 그는 사야(teacher) 텟지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수행하러 왔는데, 우 바 킨도 그 중 한사람이었다. 30년간 수행을 지도하다가 72세로 세상을 떠났다.
우 바 킨(U Ba Khin: 1899-1971)은 38세에 처음으로 수행을 시작했다. 사야 텟지의 한 제자가 우 바킨을 방문하여 수행에 대해 설명해주자, 일주일 뒤 사야 텟지의 센터를 찾아가 수행을 했다. 북부 미얀마에 가서 웨부 사야도(Webu Sayadaw)를 만났을 때 사야도는 사람들을 가르치라고 권했으며, 사야 텟지 또한 우 바 킨에게 가르치기를 권유했다. 1948년 미얀마가 독립하자 회계청장이 된 그는 1950년(51세) 위빠사나 모임을 창설하고, 2년 뒤 국제수행센터(IMC)를 양곤에 설립했다.
마얀마 사람은 물론이고 많은 외국인들이 수행지도를 받았다. 정부의 여러 부서 직책을 동시에 맡으면서도 수행지도를 계속했으며, 위빠사나를 인도에 전파하고자 하는 발원을 가졌다. 고엔카에 의해서 많은 인도인들이 소개되었고, 소수이긴 하지만 서양의 불교지도자, 학자 그리고 외교관들도 수행을 했다. 은퇴한 뒤 4년간 센터에서 계속 머물며 수행을 지도하다가, 1971년 72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엔카(S. N. Goenka: 1924-2013)는 인도인이지만 미얀마에서 태어나 사업가로 활동했다. 31세(1955년)에 우바킨을 만나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했다. 14년간 스승의 지도를 받으며 수행하는 동안, 10년간 스승의 말을 힌디어로 통역했다.
45세가 되던 1969년 어머니를 위해 인도 봄베이로 와서 위빠사나 코스를 처음 개설했는데, 계속 이어지는 요청으로 인도 각처를 옮겨 다니며 수행을 지도했다. 인도인뿐만 아니라 점차 외국인들, 다른 여러 종교인들도 참석하기 시작했다. 1971년 “U Ba Khin Memorial Trust"를 결성했고, 1976년 봄베이에서 140km 떨어진 이가뜨뿌리에 담마기리(Dhammagiri) 수행센터와 위빠사나 국제아카데미를 설립했다.
2002년 현재 인도 국내에 34개, 외국에 35개의 위빠사나 수행센터들이 있어 일년 내내 다양한 코스들이 활기 있게 진행되고 있다. 20세기 후반, 미얀마 수행전통의 한 맥이 고엔카를 통해서 인도로 다시 들어와 확고하게 뿌리를 내린 뒤, 다시 세계로 전파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같이 고엔카는 사야텟지에서 우바킨으로 이어지는 재가인 스승들을 통해 레디 사야도 전통의 수행법을 이어받았지만, 현재 고엔카 자신이 가르치는 수행은 ’우바킨 전통에서의 위빠사나 수행’이라고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