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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無心님의 불교이야기

법정스님의 오두막, 수류산방水流山房

picture_법정스님의 오두막, 수류산방水流山房 (2011년 겨울, 무심재 촬영)


심심 산골에는
산울림 영감이
바위에 앉아 
나같이 이나 잡고
홀로 살더라

청마靑馬 유치환 선생의 '심산深山'이라는 시다. 

시가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읽을 때마다 내 생활의 영역에 물기와 탄력을 주는 이런 언어의 결정을 나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제부턴가 말년을 어떻게 보낼까를 생각했다. 새파란 주제에 벌써부터 말년의 일이냐고 탓할지 모르지만 .. 어떤 상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현재를 풍성하게 가꾸어 주는 수가 있다. '심산深山'은 내게 상상의 날개를 주어 구만리 장천을 날게 한다.

할 일 좀 해놓고 나서는 세간적인 탈을 훨훨 벗어버리고 내 식대로 살고 싶다. 어디에도 거리낄 것 없이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

언젠가 서투른 붓글씨로 '심산深山'을 써서 머리맡에 붙여 놓았더니 한 벗이 그걸 보고, 왜 하필이면 궁상맞게 이를 잡느냐고 타박하는 것이었다. 할 일이 없으니 양지 바른 바위에 앉아 이나 잡을 밖에 있느냐고 했지만, 그런 경지에서 과연 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

주리면 가지 끝에 열매나 따 먹고 .. 곤하면 바위 아래 풀 집에서 잠이 든다 .. 새삼스레 더 배우고 익힐 것도 없다 .. 더러는 솔바람 소리를 들으며 안개에 가린 하계를 굽어본다 .. 바위틈에서 솟는 샘물을 길어다 차를 달인다 .. 다로茶爐 곁에서 사슴이 한 쌍 졸고 있다 .. 흥이 나면 노래나 읊을까? 낭랑한 노랫소리를 들으면 학이 내려와 너울너울 춤을 추리라 ...

인적이 미치지 않는 심산에서는 거울도 일력日曆도 필요 없다. 
모습에 대한 분별과 시간에 대한 구속 밖에서 살 테니까 .. 

혼자이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얽어 매지 못할 것이다.
홀로 있다는 것은 순수한 내가 있는 것 .. 
자유는 홀로 깨어 있음을 뜻한다.

아,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어디에도 거리낄 것 없이 
산울림 영감처럼 살고 싶네 .. 
태고의 정적 속에 산신령처럼 한적하고 한적하게 그렇게 지내고 싶네 ...

- 법정스님 <무소유> 中, '나의 애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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