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ture_이해인 수녀님
자기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는
그리도 길게 늘어놓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
슬픈 이야기에는
전혀 귀기울이지 않네
아니, 처음부터 아예
듣기를 싫어하네
해야 할 일 뒤로 미루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 하고
기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잘도 바꾸면서
늘 시간이 없다고 성화이네
저 세상으로 떠나기 전
한 조각의 미소를 그리워하며
외롭고 괴롭게 누워 있는 이들에게도
시간 내어주기를 아까워하는
건강하지만 인색한 사람들
늘 말로만 그럴듯하게 살아 있는
자비심 없는 사람들 모습 속엔
분명 내 모습도
들어 있는 걸
나는 알고 있지
정말 왜 그럴까
왜 조금 더
자신을 내어놓지 못하고
그토록 이기적일까, 우리는
- 이해인 詩 '왜 그럴까 우리는', 시집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中
*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