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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살며 사랑하며

봄에는 百花가 피고

picture_Winter in White Snow, White Tree, deep Blue Sky, and Shining Stars.

봄에는 百花가 피고, 가을에는 明月이 뜬다네
여름에는 靑風이 불고, 겨울에는 白雪이 내린다네
쓸데없는 생각 마음에 걸림없이 한가롭다면
이것이 곧 인간의 好時節이라네.

봄에는 갖가지 꽃이 피고, 가을에는 밝은 달이 뜬다네
여름에는 푸른 바람이 불고, 겨울에는 흰 눈이 내린다네
쓸데없는 생각만 마음에 두지 않으면
이것이야말로 바로 인간 세상 좋은 시절이라네.

春有百花秋有明月
夏有靑風冬有白雪
若無閑事掛心頭
便是人間好時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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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나라 때 무문無門 선사가 지은 이 詩는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는 詩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홍진에 때묻지 않은 사람들의 마음의 여유와 멋이 이 詩 속에 담겨있다. 사계절의 운치를 바라보며 자연과 동화된 물아일여物我一如의 경지는 술과 유흥에 도취되어 읊는 턱없는 풍월이 아니다. 

망상(나와 남을 괴롭히는 쓸데없는 생각)이 사라진 고요하고 밝은 심경이 될 때 세상은 모든 것이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홍진의 욕망에 허덕이고 불안 초조에 시달리는 범부의 번뇌심 속에서는 꽃이나 달이 순수한 제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 법이다. 

항상 주관과 객관의 대립에서 생기는 마찰과 불협화음 때문에 울고 찢고 사는 인생이 아닌가. 하지만 도를 깨친 자의 경지는 다르다. 망상에 걸림 없이 관조 속에 음미하는 세상의 모든 경계는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일 뿐이다. 

주관의 망념에 의해 오인되는 객관경계에 이런 저런 탓을 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조용히 되돌아볼 일이다. 꽃이나 달의 순수한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로 보는 안목,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로 보는 안목.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바로 보는 안목이 열리면 소아적인 자기 집착을 벗으나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대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어느새 한 해가 저물어간다.
백설白雪이 내리는 동지섣달에 인간 세상 호시절好時節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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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문無門 선사는 중국 송나라 때 사람으로 법명은 혜개慧開다. <선종무문관禪宗無門關>이라는 책을 지었는데 보통 줄여서 <무문관無門關(The Gateless Gate)>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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