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우화가 있다.
아쉬와리야 라이(미스 월드 출신의 인도 국민 배우)가 부럽지 않은 예쁜 딸을 가진 남자가 있었다. 딸이 커 감에 따라 고민도 커졌다. 딸과 결혼시킬 훌륭한 남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더 큰 걱정은 다우리(결혼 지참금)였다. 좋은 학벌과 집안 배경을 가진 신랑감을 구하려면 천문학적인 지참금이 필요했다. 평생 고생해서 마련한 집도 팔고 빚까지 얻어야 할 판이었다.
끝없는 고민 끝에 남자는 의욕을 잃고 우울증에 빠졌다. 그의 아내는 그를 설득해 기운을 되찾게 하려고 노력했다. 미래의 일은 미래에 맡기고 현재에 충실하자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남편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자 아내가 말했다.
"오늘 친구 소개로 유명한 점성가를 만났어. 그가 내 별자리를 살펴보더니 지금까지 나한테 일어난 일들을 전부 알아맞히는 것이었어. 그래서 나의 미래에 대해 물었더니 내가 이 집에서 40년은 더 산다는 거야. 집에 돌아온 후 고민이 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어. 어떻게 이 집에서 40년을 더 살 수 있겠어?"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남자가 아내를 쳐다보았다. 아내가 계속 말했다.
"내가 이 집에서 40년 동안 할 일을 생각해 봐. 나는 짜파티(통밀 가루를 반죽해 얇고 둥글게 구운 인도의 주식)를 만들기 위해 날마다 3킬로그램의 밀가루를 반죽해야만 해. 이것은 내가 매달 90킬로그램의 밀가루를 반죽해야 함을 의미하고, 일 년이면 1,080킬로그램을 반죽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40년이면 무려 43,200킬로그램의 밀가루와 씨름해야만 해. 오, 신이시여! 내가 어떻게 그 많은 밀가루를 반죽할 수 있겠어? 생각만 해도 끔찍해."
아내는 더욱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나는 매일 크고 작은 그릇들을 30개 정도 설겆이해야만 해. 한 달이면 900개의 그릇을 씻어야 하고, 일 년이면 10,800개야. 그러니까 40년 동안 이 집에서 432,000개의 그릇을 설겆이해야 하는 거야. 당신은 내가 그 많은 그릇과 씨름할 기운이 있다고 생각해?"
아내는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것만이 아냐. 날마다 감자 10개의 껍질을 벗겨야 하고, 한 달이면 300개, 일 년이면 3,600개, 40년이면 무려 144,000개의 감자를 깎아야 해. 나한테 그 정도 체력이 있어 보여? 40년은커녕 넉 달도 못 살고 지쳐서 죽을 거야."
인내심을 갖고 아내의 어처구니없는 계산을 듣고 있던 남자가 마침내 말했다.
"머리가 어떻게 된 것 아냐? 그 일들을 하루에 전부 다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그토록 심각하게 고민하다니 말이 돼? 그것들은 일상적인 일들인데 매일 조금씩 하고 마음을 평화롭게 가지면 되잖아. 당신이 이토록 어리석은 여자인 줄 몰랐어. 왜 그토록 복잡한 40년치의 계산을 미리 해서 스스로를 괴롭히는 거야?"
아내가 말했다.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 아냐? 당신은 왜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그토록 우울해해? 우리 딸의 신랑감 찾는 일과 지참금 문제는 때가 되었을 때 해결하면 되는 거 아냐? 누가 알아, 신이 결혼 지참금을 바라지 않는 좋은 배우자를 보내줄지? 그리고 우리가 백만장자도 아닌데 결혼식 비용 때문에 고민할 이유가 뭐야? 더구나 우리 딸은 이제 다섯 살밖에 안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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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실제의 현실이 아니라 생각(망상, 상상)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스스로 갇히기 때문에 현재의 순간과 온전히 접촉하는 경우가 드물며, 그만큼 살아 있다는 생동감을 잃는다. 생동감 없는 마음은 문제에 대처하는 데도 실패한다.
인도 출신의 예수회 신부 앤소니 드 멜로는 말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지난날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해서 지금 눈앞에 있는 자기 인생의 최고 황금기를 놓치고 있다. 가장 좋은 것은 여전히 오고 있는 중인데도."
- 류시화 시인의 포스팅 中에서
LIFE /삶의 나침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