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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삶의 나침반

빗방울의 수를 아십니까?

빗방울의 수를 아십니까?

몇 년 전, 밀양에 있는 어느 비구니가 계신 암자에 일이 있어 잠시 하룻밤을 청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나는 뜻밖의 인연을 경험했습니다. 그 암자의 비구니 스님은 초등학교 시절 우리 반 여학생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나는 어릴 적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그 때 스님은 내게 차를 청하면서 말했습니다. 
“처사님, 옛날 생각을 하려 하지 마세요. 그냥 그대로 두세요.”

나는 그 말에 움찔했습니다. 스님은 다시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처사님은 혹시 빗속에 떨어지는 물방울의 수를 알 수 있습니까?”
“네? 그 물방울의 수를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수억 수천억 개가 넘겠지요.”

스님의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스님은 들고 있던 다기를 내려놓고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아직 법을 모르시는군요.”
“물방울은 하나입니다. 물은 모든 것이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스님은 계속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빗물이 하나이듯이 부처님의 법 또한 하나입니다. 그와 같이 만물도 둘이 아닌 하나입니다.”

- 정법안 시인, <스님의 생각> 중에서

*

우주 만물은 그물처럼 서로 얽혀 있습니다. 너도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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