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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삶의 나침반

천국에 가기 위한 두 가지 질문

결혼 생활 20년 된 남자가 이혼 소송을 냈다. 판사가 사유를 묻자 남자는 아내의 식사 예절이 형편없어서 사람들 앞에서 수치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판사는 20년 동안 함께 살았으면서 이제 와서 갑자기 테이블 매너를 문제 삼는 이유를 물었다.

남자가 말했다.
"그것은 제가 한 달 전에야 비로소 테이블 매너(식사 예절)에 관한 책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나서 아내를 관찰해 보니 어떤 테이블 매너도 갖추지 못한 여자인 것이 드러났습니다."

나의 경우,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친구가 있었다. 내가 추구하는 세계에 언제나 공감하고, 시집을 내거나 명상서적을 번역하면 누구보다 먼저 읽고 격려를 아끼지 않은 사람이었다. 내가 인도 여행에서 돌아오면 내 경험담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자신이 그 길에 동행한 것처럼 기뻐했다. 그렇게 내면 세계를 말없이 공유한 친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계기에선지 그가 특정 종교를 믿으면서 우리의 관계에 파국이 찾아왔다. 그는 내가 지금까지 추구해 온 세계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서, 진리를 깨닫고 회개하지 않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요청에 못 이겨 그의 종교 집회에도 참석했지만, 결국 내가 히말라야로 달아나면서 끝이 났다.

또 다른 경우, 한 청년이 내 여행기를 읽고 인도 여행을 떠났다. 도착하는 곳마다 소감문을 보내고,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고 감사해하던 그 청년이 지금도 기억에 선하다. 그는 남인도의 어느 명상 센터에 가서 그곳의 지도자를 자신의 영적 스승으로 받아들이면서 태도가 달라졌다. 그는 그 스승이야말로 진정한 깨달음을 얻은 유일한 영적 스승임을 주장하면서, 나도 헛된 방황을 중단하고 그곳으로 와서 그 스승에게 헌신할 것을 권했다.

이렇듯 자신이 믿는 종교, 자신이 따르는 스승을 나에게 받아들일 것을 권하는 이들을 종종 만난다. 그들은 내가 남다른 영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종교, 자신들의 스승을 만나지 못한 것이 큰 불행이라고 말한다. 믿음을 갖고, 스승을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무릎을 꿇고 땅에 입 맞추는 방법에는 수백 가지가 있다'는 시인 루미(Rumi)의 말을 나는 좋아한다. '너에게는 너의 길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길이 있다. 유일한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니체의 말도.

천국에 가기 위한 두 가지 질문이 있다고 나는 들었다. 하나는 '인생에서 기쁨을 발견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너의 인생이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주었는가?'이다. 나는 당신의 지식과 믿음이 당신을 더 행복하고, 더 다정하고, 더 나은 인간으로 변화시키기를 기원한다. 그러나 당신이 타인에 대한 구분과 차별하는 마음을 가진 신앙인이기보다는 친절한 마음을 가진 평범한 무종교인이었으면 좋겠다.

- 류시화 시인 포스팅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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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ting : 'SPIRITUAL GOODNESS', work by Olaf Hajek(독일 그래픽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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