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인(因)과 연(緣)의 합성어로, 결과를 만드는 '직접 조건인 인(因)과 간접 조건인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생명체(중생; 생명의 무리)는 무상(매 순간 인과 연기적으로 생멸 변화함) , 고(근원적 괴로움을 내포하고 있음), 무아(실체 아님, 비실체)라는 특성을 지닌 물질작용(色) 무더기와 정신작용(名; '수상행식' 작용) 무더기가 연기[인연(직간접 조건)에 따라 상호 의존] 작용하여 매 순간 인과 연기적으로 생기 소멸하며 변하는 연기적 현상(연기현상이자 자연현상)입니다.
인연이라는 말을 그저 '인연따라 만났다 인연따라 헤어지는 것' 이라는 식(운명론적)으로 해석하면 안됩니다. 이 우주의 삼라만상이 다 인연(직간접 조건)따라 일어나고 사라진다는 연기의 이치는 곧 스스로 조건(인연)을 만들고 (좋게든 나쁘게든) 바꿀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바른 실천인 바른 수행은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진정 행복하고 평화롭고 자유롭게 만들고 바꾸는 고귀한 작업입니다.
인과 연 -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인과 연, 즉 인연(因緣)에 의해 살아간다고도 할 수 있다. 인연의 사전적 의미는 인(因)은 결과를 낳기 위한 내적인 직접 원인이요 연(緣)은 이를 돕는 외적 혹은 간접적 원인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이 두 개를 합해 원인(原因)의 뜻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인연에는 좋은 인연이 있고 스쳐가는 인연, 나쁜 인연도 있다.
좋은 인연은 좋은 만남이다. 스쳐가는 인연은 옷깃이 스치듯 그냥 바람처럼 지나가는 만남이다. 나쁜 인연이란 나쁜 만남이랄 수 있다. 흔히 부모와 자식간, 형제간의 인연은 천연(天緣), 즉 하늘이 맺어준 연이라 한다.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인과(因果)에 의해 발생된 연이기에 그렇다. 이런 만남은 좋다 나쁘다 할 수 없다. 수동적이기 때문이다.
부부간의 연은 인연(人緣)이다. 혹 부부간의 연도 하늘이 맺어준다는 천생연분(天生緣分)이란 말은 있다. 그러나 하늘이 맺어줘도 헤어지면 남남이다. 부부간의 연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人)과 사람(人)과의 만남이기에 그렇다. 부자와 형제, 자매 사이는 헤어져도 남남이 아니다. 죽은 후에도 계속 혈통으로 남는다.
건강을 해치는 병에도 인연이 있다. 사람이 병드는 것도 우연(偶然)이 생기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인과 연으로 나뉘어 질 수 있는 병의 원인을 살펴보면 인(因)은 유전자 (DNA)에 기록돼 있는 선천적 요인이랄 수 있다. 이런 병들은 간질병 같은 유전질환, 난치성 질환, 신경성 장애 등의 희귀병들이 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병이 발생하는 연(緣), 즉 후천적 원인으로는 공해를 비롯한 환경오염을 통해 발생하는 병들을 들 수 있다. 사업장과 직장 등에서 받는 심한 스트레스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병도 있다. 기온이 급격히 변하는 환절기에 닥치는 감기 등도 이에 포함된다. 또 음식물을 잘 못 섭취해 오는 각종 병이나 암, 에이즈 같은 병도 후천적인 연에 속할 수 있다.
이렇듯 병의 원인이 선천적, 후천적인 인과 연을 통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인과 연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확률도 높다고 한다. 특히 치명적인 병일 때는 인(因), 즉 선천성 원인이 크게 작용하는데 그것은 마음에서부터 생길 수 있다. 마음에는 부모와 선조들의 마음까지도 연결돼 있어 병이 들었을 때 어떤 마음이냐가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
인은 하늘이 닿아야 한다. 세상엔 좋은 사람을 만나 출세하는 사람도 있다. 좋은 짝을 만나 평생 행복하게 사는 부부도 있다. 조상 잘 만나 부자로 사는 사람도 있다. 좋은 스승을 만나 대학자로 사는 사람도 있다. 건강을 타고 나 병치레 안 하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가난을 만났어도 극복하여 넉넉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많다. 연(緣)이 인(因)을 이겨낸 상황이다.
반면, 골골 거리며 평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 나쁜 사람을 만나 죽도록 마음고생 하는 사람도 있다. 짝을 잘못 만나 능력이 없어 이혼도 못하고 폭력에 찌들려 사는 아내도 있다. 제 탓은 안 하고 조상 탓만 하는 불효의 후손들도 있다. 있는 자리에서 더 일어나지 못하고 앉은뱅이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팔자소관인가. 아니다. 인과 연이 합친 결과(結果)다. 좋은 만남, 나쁜 만남의 선택은 하늘도 도와야 하지만 70%는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 같다. 인(因)을 30%로 보고 연(緣)을 70%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