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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DDHISM/無心님의 불교이야기

마음, 인식 작용의 네 가지 상태

마음, 인식 작용의 네 가지 상태


사람은 누구나 하루에 아래와 같은 인식(식識; 의식/일상의식/표면의식 + 무의식/잠재의식/심층의식/아뢰야식/바왐가) 작용의 전형적인 네 가지 상태를 경험한다.

(1) 의식 상태(일상의식/표면의식의 세계) : 사람이 아침에 잠에서 깨어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표면적으로 경험하는 인식 작용 상태. 일상적인 현실 세계의 사물(事物; 사건과 물건)에 대한 감각을 바탕으로 ‘표상, 기억, 생각, 감정, 의도, 판단, 분별’ 작용 등의 인식 작용을 하는 상태로 자아의식이 개입된 인식 작용 상태다.

(2) 깊은 잠에서 막 깨어난 상태(순수 감각의 세계) : 깊은 잠에서 갑자기 깨었을 때 매우 짧은 시간 동안 경험하는 인식 작용 상태로, 자아의식이 미처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사물에 대한 감각을 인식하는 상태. 자아의식의 판단, 분별이 개입되지 않은 순수 감각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다.

(3) 꿈꾸는 상태(꿈의 세계, 이미지의 세계) : 일상적인 현실 세계의 사물에 대한 감각이 아니라 기억, 생각, 관념 따위의 정신감각을 대상으로 경험하는 인식 작용 상태. 이러한 꿈의 세계는 이미지(환상, 착각)의 세계다.

'꿈의 세계'에는 산, 바다, 구름, 바람, 사람, 그리고 사랑, 미움, 기쁨, 슬픔, 고통, 괴로움도 실제로 없지만 그가 그것을 만들어낸다. 그러니 그는 꿈속에서 ‘만들어 내는 자’이고 동시에 ‘만들어지는 자’로 어느 누구라도 그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이렇듯 꿈이 꿈속에서 현실이 되는 경험, 현실조차도 꿈인지 현실인지 확신할 수 없는 이런 경험을 장자(莊子)는 ‘나비의 꿈’에서 다음처럼 이야기한다.

"어느 날, 장주(주는 장자의 이름)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하게 지내는 나비는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한다. 문득 꿈에서 깨어보니 다시 장주가 되었다. 장주가 나비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다."

꿈꾸는 상태란 인식 작용이 만들어내는 환상(착각)의 세계다. 그것이 꿈(환상, 착각)이기는 하지만 꿈꾸는(착각하는) 사람에겐 너무 나도 생생한 착각(환상)이다.

(4) 깊은 잠의 상태(무의식/바왕가의 세계) : 아무것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 무의식(바왕가)의 세계, 무분별(無分別)의 세계, 무위(無爲)의 세계, 무아(無我)의 세계다.

우리들이 매일 경험하는 깊은 잠의 상태와 사마타(사마디/삼매를 계발하는 수행; 정정진.정념.정정 계발 수행)를 통해서 경험하는 삼매 상태는 거의 동일하다.

깊은 잠의 상태와 삼매 상태에서는 모든 외부감각(오감각)에 대한 인식과 감정은 물론이고 생각, 판단, 분별 따위의 모든 ‘조작심(人爲), 행(行)하는 마음, doer’가 모두 사라진다. 그러나 삼매 상태가 깊은 잠의 상태와 한 가지 다른 점은, '사띠, 알아차리는 마음, knower'만은 사띠(알아차리는 마음)의 초점이 완전히 고요하게 하나로 모여진 상태(심일경성心一境性)로 완벽하게 깨어있다는 점이다.

깊은 잠의 상태와 삼매 상태는 모두 비이원성의 세계, 무분별(無分別)의 세계, 무위(無爲; 아상이 개입된 행위爲가 없음無)의 세계, 무아(無我)의 세계이며, 시간이 멈춘 세계, 시공간(시간-공간)을 벗어난 세계다.

깊은 잠의 상태와 삼매 상태에 있을 때 그는 자아(自我; 스스로自 '나我'라는) 의식, 아상(我相; '나我'라는 상대相적 분별심)이 없다. 내가 있는지 없는지,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시간이 흐르는지, 여기가 어딘지 알지 못한다. 그 세계에는 '이름(분별; 철수인지 영희인지 분별)'이 없다. 

깊은 잠을 잘 때 나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나의 이름과 형상, 개체성, 아(我; 자아, 에고)는 사라지고 없다. 그런 의미에서 깊은 잠의 상태와 삼매 상태는 노자(老子)가 말하는 분별 경계가 없는 무위(無爲)의 세계, 일종의 태허(太虛)인 셈이다. 그런 판단과 분별(구분, 차별)이 사라지고 없기 때문에 깊은 잠(삼매, 태허)의 상태는 우리에게 커다란 휴식(근원적인 휴식)을 준다.

그러나 깊은 잠의 상태와 삼매 상태에서 자아(스스로自 '나我'라는) 의식, 아상('나我'라는 상대相적 분별심)이 없다고 해서 그 존재(생명현상)의 인과 연기적인 생명작용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그 존재(생명현상)는 아직 인연(인因-직접조건과 연緣-간접조건)이 다하지 않은 연기현상이기 때문이다.

깊은 잠의 상태와 삼매 상태에는 그 생명현상(연기현상이자 자연현상) 이외에 다른 자가 없다.

사실 인간이 어떤 인식 작용 상태에 있든 그 생명현상(연기현상이자 자연현상) 이외에 다른 자는 없다. 인간이라는 생명현상은 '고정불변하고(항상 동일하고) 독립적인 존재'(실체, atta, atman)가 아니라 물질작용(사대 작용)과 정신작용(수상행식 작용)이 인연에 따라 상호의존 작용하여 인과 연기적으로 매 순간 생멸 변화하는 연기현상이자 자연현상일 뿐이다.

내가 '고정불변하고(항상 동일하고) 독립적인 존재'(실체)라는 고착화된 식(識; 고착화된 앎, 일종의 고정관념)은 꿈속에서 인식 작용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착각처럼 인식 작용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착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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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삶이
괴롭고 심각해지는 이유는 
자기 자신이 
고정불변한 존재라고 
착각하고 
그것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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