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
무한경쟁에서 이기고 물질적으로 풍 요로운 것이 곧 행복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요즘, 과연 그 경쟁사회의 틀을 벗어나선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그 치열한 경쟁의 세상 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기만의 삶을 누릴 수는 없는 것일까. 연세(年稅) 50만원의 빈집을 보금자리 삼아 더불어 살아가는 ‘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이하 섬지사) 지리산에서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정말 행복한 것인지, 유난히 길고 추웠던 올 겨울, 제작진이 직접 두 달간 머물며 그 행복의 비결을 찾아보았다. 이들의 삶은 날로 팍팍해지는 사회 속에서 피폐해진 현대인들에게 행복을 찾아가는 또 다른 길을 제시해 줄 것이다. |
주요내용 |
버들치 한 마리의 생명이 사람의 생명과 똑같이 소중하다고 믿는 ‘버들치 시인’ 박남준, 지리산 자락 구석구석 걸어서 누비며 발로 시를 쓰는 ‘낙장불입 시인’ 이원규, 이원규의 부인이자 느린 시골 동 네에서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지리산 부녀회장 ‘고알피엠 여사’ 신희지, 그리고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고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내비도’ 의 교주 ‘최도사’ 최 현, 소설가 공지영의 베스트셀러 <지리산 행복학교>에 소개된 바 있는 사람들이다. 최도사는 아예 돈을 벌지 않는 ‘백수’ 다. 어쩌다가 돈이 필요해도 한 달 막노동 후 벌어들이는 돈으로 1 년을 산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돈을 안 쓰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돈을 벌고 성공하기 위해 애쓰는 대신, 멀리서 찾아오는 친구와 이웃에게 더 많은 시간을 쏟는다. 그것이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그들이 가난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더불어 사는 삶에 있다. 품앗이와 지역화폐는 그런 삶 속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이 곳 만의 문화다. 얼핏 게을러 보이는 삶은 그래서 더 풍요롭다.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장면 한 그릇 을 먹기 위해 15킬로미터를 내려와도 그 한 그릇의 기쁨을 배로 느낄 수 있는 마음. 자연 속에서 더 많이 자연을 느끼고, 자연과 조화를 이뤄 본연의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것. 그것이 행복한 또 하나의 이유다. 공지영과 그들이 만나면 어떤 자리가 펼쳐질까? 공지영과 그들이 만났다. 티격태격 왁자지껄. 솔직하고 거침없는 대화, 그리고 그 속에서 묻어나는 삶의 철학.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 갈 수록 그녀와 그들은 하나가 되고 또 하나의 추억이 쌓여 간다. 꿈도 꿀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최도사는 추위에 덜덜 떨다가 수돗물이 얼어붙자 이웃집으로 피난을 가야했고, 박남준 시인은 놓인 줄도 몰랐던 보일러가 터져 물바다가 된 집과 한 바탕 씨름을 벌여야만 했다. 하지만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준 든든한 이웃들 덕분에 보일러 공사는 잘 마무리가 되고, 따뜻한 봄이 한 발 성큼 다가옴을 느끼는데... 안차종 씨가 자신의 집에서 군불 연기 질식사고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시골 생활에는 몸으로 감당해야 할 어려움도 있었다. 절친한 이웃을 잃어 큰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 했던 박 시인. 그 아픔의 현장에 제작 진이 함께했다.
소외될 수 있는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사람들은 문화적 갈증을 전혀 느낄 겨를이 없다. 지역민과 귀농인 의 소통과 교류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삶을 보다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 지리산 학교’. 자연 친화적이고 선생과 학생의 구분을 두지 않다 보니, 보다 편하고 자율적인 분위기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아마추어지만 지역 문화를 잘 대변할 수 있는 뚜렷한 지역색을 가지고 있고, 일반적인 카피음악이 아닌 자신들의 삶의 애환을 담은 자작곡 이라는 것이 이들 음악의 큰 특징이다. 아픔마저 승화시킨 이들의 음악은 상처 치료제이자, 지역민들과의 정서적 교감과 소통 창 구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설맞이 공연 준비로 떠들썩한 동네 풍경을 담았다. 인간 본연의 가치를 발견하는 진정 행복한 삶임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 . .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 이원규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중 - |
LIFE /삶의 나침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