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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설레임

 

여행을 떠나 경이로운 풍광이나 다양한 문화를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사람 사는 곳 다 같다는 말 하나로 여행의 설레임을 기대하지 않게 된 것도 오랜 일이다. 나이가 들어서려니, 이곳저곳 여행한 곳이 많아 그런 것이려니,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그 이유를 살펴보니 삶 자체가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다. 비록 태어나 지금도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장소나 한 직장에 20년 넘게 있어도, 언제 어느 곳에 있어도, 산다는 자체가 여행임을 안다. 가족과 친지 모두 희노애락의 순간들로 점철된 각자의 여행을 하면서 서로 만나고 스쳐지나 헤어져 간다.

소유물은 물론 내가 속한 환경이나 그 모든 것은 여행 중에 내가 만나 서로 관계 맺고 떠나게 될 소중한 내 삶의 일부일 뿐. 비록 매우 즐거운 일이기는 하지만, 삶 자체가 여행이기에, 굳이 새로운 장소나 문화에 가는 것만으로 더 이상 내게 설레임을 주지는 않는다.

달리 말하면, 각자의 일상 속에서 몇 십 년을 한 곳에 살아도 살아 존재하는 것에는 항상 정든 모든 것을 두고 길 떠나는 여행의 설레임이 있다. 비록 그 여행에 언제나 즐거움만이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 우희종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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