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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수월리 아삶공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 류시화


현재 나의 나이 때에 선생님께서 쓰신 글. 

한 번 읽고 덮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워 이렇게 옮겨본다.

삶과 인생에 대한 고민,방황을 나보다 더 많이 더 깊게 하신 선배 지구별여행자의 기록은 언제봐도 

따스한 햇살, 선선한 바람, 시원한 단비와도 같아 나의 영혼을 춤추게 한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지혜와 통찰이 가득한 이 글들을 내 맘속에 오래도록 간직하게 되기를.

 

제1부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1. 나에게로 떠난 첫 여행

   

나의 첫번째 명상체험

아름다운 기도

신이 내 안에 들어오다

 

2. 귀 속의 바람

 

낮 동안에 내가 스쳐 지나간 사람들은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삶이란, 흔히들 말하는 대로 지금 전등불에 와서 부딪치는 이 벌레들처럼 덧없는 것일까?

아니, 그러한 덧없음을 느낄 겨를도 없이 우리는 그저 삶의 물결에 휩쓸려만 가는 것일까?

 

그리하여 우리가 진정으로 얻는 것과 잃은 버리는 것은 무엇인가?

 

3. 아버지

 

온갖 여행과 일을 한끝에 결혼한 후 무위도식, 무위자연의 삶을 사는 명상가 

그는 무관심의 표정으로 한없이 멀게 바라보기만 했다.

모든 것을 마치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듯, 아니면 물결속에서 일렁이는 찌바늘을 바라보듯 아버지는 우리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았다.

"너는 물이 말하는 소리를 들어 보았니? 자, 그곳에 앉아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라.그러면 강물이 너에게 하는 말이 들릴 것이다."

 

-침묵에 보탬이 되는 말 외에는 말을 하지 말라.-

 

....(자연의 작은 소리들에) 귀 기울이면서 나는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나'를 만날 수 있었다.

 

조용하게 앉으라.

그리고 그 안에서 누가

너의 생각을 관찰하고 있는가를 찾아보라.

주의깊게 보면

네 속에서 또 하나의 나를 발견하게 되리라.

그를 주의깊게 관찰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바로 앞으로 확연하게 드러나리라.

그렇게 안을 들여다보라.

네 속의 또 하나의 나를 찾으라.

그러면 완성이 가까우리라.

___묵타난다

 

"바깥으로 나가서 햇빛 구경을 좀 하게나."

"나중에 그렇게 하지. 지금은 내 안에서 빛나고 있는 빛이 더 밝아."

 

-너의 내면의 빛으로 돌아가는 데 힘을 써.

 

 

4. 눈을 감고 세상을 보다

 

절대의 미소

눈을 감고 앉으면 더 밝아지는 것

..내 스승은 죽어서 그곳의 화장터에서 한 줌 재 가 되어 사라졌다.

 

눈을 감고 듣는 삶

순수 존재상태로 돌아가

한 승려는 새소리에 몰입해 있는 동안 시간을 초월했기 때문에 어느새 몇백 년이 흘러가 버렸다. 

명상과 기도한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어야 함.

 

5. 시인의 여행

 

나는 북극성에서 왔다

 

하늘에는 수없이 많은 별들

땅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

그래, 별들만큼 사람이 많은 것은

우리가 저마다 다른 별에서 왔기 때문이지

 

북극성에서 온 사람들은 특히 시와 음악과 그림을 좋아한다.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지구'라는 이 독특한 별을 경험하기 위해서다.

우리가 비록 깜깜한 밤 속에 살고 있긴 하지만 우리 모두가 본래 여행자들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집착

 

이 지구 여행에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을 갖기 위해서 우리는 여러 가지 직업을 가져야하고 결혼이라는 것도 하게 된다...그런데 여행자는 갈수록 많아지고 직업을 얻기가 힘들어졌다. 말하자면 여행은 둘째치고 생존 그 자체가 힘들어진 것이다. 그리하여 차츰 우리는 우리가 여행자라는 사실을 잊고 생존 그 자체에 몰두하게 되었다. 생존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더 많은 재산을 모으는 데 열중하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 밀림 예. 시늉 

 

우리는 떠나게 되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이 지구별에서는 우리가 얻은 어떤 물질도, 어떤 명성도 영원한 것일 수 없도록 규칙이 정해져 있다. 또한 떠날 때는 그 모든 것을 놓고 빈 손으로 가야 한다...그리고 이 우주의 더욱 가혹한 규칙은, 만일 우리가 여행의 목적을 잊어 버리고 여행지에 집착한다면 그 집착이 사라질 때까지 언제까지나 다시 그 장소에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되풀이..신나는 경험은 한 번만으로 족하다. 그것은 국민학교 과정을 미치지 못하면 계속해서 낙제를 해야 하는 것과 같다. 그때 그 여행은 고통스러운 것일 수밖에 없다.

 

나는 왜 이곳에 왔는가

 

"너 자신을 잊지 말라."

늘 깨어 있는 마음을 갖는 수행, 자기 자신을 기억하는 수행

always ask yourself: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곳에 왔는가? 무엇을 위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지켜보면 마침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서도 잊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어디선가 왔으며 어딘가를 향해 가고 있는 도중이라는 사실이다,

..

그러나 슬프게도 이 별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제도라는 것을 좋아한다, 미지의 불안한 여행에 있어서 제도는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상에는 많은 종교가 존재하게 되고 종교 역시 다른 세속적인 것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심리적인 위안을 주면서 오히려 배타적인 믿음을 심어 주는 것이 되어 버렸다.

 

자유를 잊어 버린 자유인

 

들판에는 수천 마리의 날짐승들과 들짐승들이 떼를 지어 모여있었다. 그러나 들판을 에위싸고 있는 아름다운 숲들은 텅 비어 있었다.

새들과 동물들은 비좁은 장소에 너무 많이 모여 있었기 때문에 매우 긴장되고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 같았다. 전혀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몇 년 전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지주가 울타리를 만들어 그곳을 탈출하려는 모든 짐승은 그 자리에서 사살되었기에

이들은 그들의 감금 상태를 받아들이고, 그들의 자유에 대해선 잊어 버렸다. 왜냐하면 자유는 두려움과 죽음을 연상시키기에

그러다가 지주가 죽었는데도 동물들은 어느새 정신적인 울타리가 둘러쳐져 그곳을 영원히 탈출할 수 없게 된 것.

그들에게 실제 상황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해도 그들은 듣지 않았다. 그들자신만이 그렇게 세뇌된 것이 아니라,그들의 새끼들까지도 똑같은 생각을 갖고서 태어난다. 부자유는 그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된 것이다. 많은 선한 이들이 그들을 깨위치려고 시도해도, 놀라운 것은 그럴 때마다 새들은 무척 화를 내었으며, 짐승들은 그 선한 이들을 공격하기까지 했다. 그들은 혼란을 원치 않은 것이다. 실제로 그들은 그들이 자유 속에서 살고 있으며, 그 들판 밖의 세계는 부자유하는 철학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그들을 일깨우기란 불가능한 일이 된 것 같다. -->지금 대부분 인간의 모습.

 

나의 정신적 울타리는 무엇일까?

영원히 부족하고 모자라고 어리석고 무지하고 답이 없다는 거?

두려움과 실패를 이겨내야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무위자연도 좋은 방법이다.

 

6. 한 사람의 인간

 

아버지의 인생상자

나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서류봉투들을 비우자 바닥에 쏟아지던 그 색바랜 흑백사진들을. 그것들은 마치 낙엽이 한꺼번에 떨어지듯, 아니 이 지구에 여행을 왔다가 떠난 한 인간의 생애가 영화의 장면처럼 펼쳐지는 것과 같다.

 

어떤 인생

좋은 직장을 가진 모주드의 신비로운 영적 안내자 '키드로'가 그에게 말을 했다.

"모주드여,직장을 그만두고 사흘 후에 강가로 나를 만나러 오라."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저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라. 혹시 누군가 너를 구해 줄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이 어부의 집을 떠나라. 누군가 너를 도와 줄 것이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불쌍하다. 미련한 사람. 미쳤다라고 말을 한다.)

그렇게 여러번 변화를 겪고 나서 모주드는 늙었고 서서히 깊은 지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아왔습니까?"

 

흐르는 강물처럼

 

여러 별들의 세계를 거쳐 우리가 여행을 온 이 지구에는 여행자임을 망각한 자들이 만든 숱한 권위와 억압적인 제도가 있다.

아버지는 오랜 세월에 걸친 강에서의 낚시를 통해 감정 없이 바라보는 것을 완전히 터득했다.(감정배제 달인,가족까지도)

임종의 자리에서 랍비 하임은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하다.

"너는 너의 아버지가 지혜로운 자였고 성스러운 자였으며 선한 자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 무엇보다도 나는 한 사람의 인간이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7. 떠나고 싶다

 

강물이 흐르는 것만 봐도 그 멀리까지 가고 싶다. 드넓은 공간에서 숨 쉴 수 있도록.  떠돌아다녀 보지 않은 사람이 삶에 대해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8. 인도에 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 삶의 방식이 도대체 나를 숨쉴 수 없게 만들었다.

 

"삶의 어떤 길을 걸어가든지 늘 그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생각하라.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달아나지 말라."

 

우리는 지난 영원의 세월 동안 수많은 형태로 몸을 바꿔 가면서 수많은 차원의 별들을 자유롭게 여행했으면서도 물질에의 집착과 감정의 끈을 죽을 때까지 벗어나지 못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무슨 의미 속에 하루하루가 지나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 젊은 날이 다 가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는 오지 못할 그 날들이......

 

인도로 가다

 

더 늦기 전에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하고 싶었다. 그 동안 나는 남의 눈치만 보느라고, 남 생각만 하느라고 내 자신에게로 철저히 파고들 겨를이 없었다. 모두가 말뿐이다. 가슴도 없고 사랑도 없고 삶의 정열도 없이 오직 덧없는 꿈과 현실만이 있었다. 그렇다. 더 늦기전에 이 꿈과 현실을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내가 진정으로 '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다시는 무의식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흰구름의 길을 따라 만나는 모두에게 물었다. 길가의 꽃에게, 새들에게, 큰 언덕에게, 아이들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 피부색이 다른 남자외 여자들에게 나는 물었다. 이 삶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도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놀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____<길 위에서의 생각>

 

 

나에게로 돌아오다

 

나 자신에게로 돌아왔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진정으로 돌아온 것이 아니다. 

나 자신에게로 돌아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그 먼지 섞인 바람 속에 머리칼을 묻으며 방황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때로 삶의 물결에 휩쓸려 내 자신을 잃어 버릴 때면, 북극성의 별빛조차 먼지에 가려져 흐려질 때면 나는 언제나 다시금 그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왜냐하면 그 곳에는 나에게 나 자신을 일깨워 주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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